이렇게 법정관리 제도를 활성화하자는 것이 통합도산법의 취지지만 한편에서는 이를 악용하는 기업들이 생겨나는 부작용을 키우고 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웅진그룹 사태가 그런 정황들을 강하게 시사한다.
윤석금 회장은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대표이사로 취임해 법적 최고경영자 자리를 확보해뒀다.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골치 아픈 채무관계에서 해방되면서 동시에 통합도산법의 DIP제도를 염두에 뒀을 것이다.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계열사 대여금을 갚도록 한 것도 자신의 경영권 유지를 전제로 한 전형적인 털어내기 수법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기업을 고의적으로 법정관리 신청 상태까지 몰고 간 대주주나 경영자가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돼 경영권을 다시 휘두른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더욱이 법정관리 제도는 워크아웃 제도와 달리 채권단의 감시가 훨씬 덜하다.
통합도산법은 개선돼야 한다. 법원 심사와 채권단 감시도 강화 쪽으로 보완돼야 한다. 기존 경영자를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할 수밖에 없는 경우 공동관리인을 선임해 견제, 감시하자는 주장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당장 이번 웅진사태와 관련해 윤 회장을 그대로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여러 모럴해저드 행태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묻는 것이 이후 유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도 선행돼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