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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처구니 없는 '화폐 리콜'
입력2006-02-23 17:14:07
수정
2006.02.23 17:14:07
첨단 위ㆍ변조 방지기능을 도입했다고 자랑한 새 5,000원권이 불량품으로 밝혀져 1,681만장을 리콜하는 국내 지폐제조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한국은행은 “위ㆍ변조 방지 장치인 홀로그램이 부착되지 않은 화폐가 발견된 데다 더 나올 가능성이 있어 돌려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어쩌다가 나라의 얼굴인 화폐제조가 이처럼 엉성하게 진행됐는지 이해가 안 된다.
새 5,000원권은 유통되는 순간부터 숱한 화제를 몰고 다녔다. 구권 보다 크기가 작아 앙증맞고 디자인도 새로운데다 20여가지 위ㆍ변조 방지기능을 도입했다는 발권당국의 자랑이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나오자 마자 품귀가 된 것은 물론 일부 특수번호 새 5,000원권은 액면가의 100배 이상의 가격으로 치솟기도 했다. 그처럼 화제를 모았던 새 지폐가 조폐공사의 어이없는 실수로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지난해 11월7일 박 승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조폐공사의 새 은행권 인쇄 개시 및 현대화시설 준공식에서 “인쇄 시설을 새롭게 현대화한 조폐공사가 세계적인 조폐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란 축사까지 했는데 이번 리콜로 무색하게 됐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셈이다. 세계 각국의 동전을 제초 수출하는 화폐수출국으로서의 체면이 이번 새 5,000원권 리콜로 크게 구겨졌다.
조폐공사는 홀로그램이 없는 새 5,000원권이 발견된 지난 16일 “홀로그램 부착기계의 압력부족으로 불량화폐가 제조됐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불량화폐 유출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소 읽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다. 새로 설치한 기계만 믿고 확인을 소홀히 한 안이한 자세가 문제다.
불량화폐 유출은 화폐의 위ㆍ변조에 발권당국이 거든 셈이 돼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게 된다. 화폐는 그 나라의 얼굴이란 의식만 있었어도 이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조폐공사가 시설을 현대화하고 새 지폐를 만든 것도 다 이 때문이다. 불량화폐 회수에 최선을 다하고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확인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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