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다크나이트라이즈와의 차이는…"
"박쥐에 영웅 있다면 도둑들엔 사람 있다"25일 개봉 도둑들 주연 김윤석
김민정기자jeong@sed.co.kr
최동훈 감독이 연출한 전(全) 작품에는 배우 김윤석(44·사진)이 늘 함께 한다.'범죄의 재구성'을 시작으로 '타짜''전우치'등에서 최 감독과 합을 맞춘 김윤석이 25일 개봉을 앞둔 범죄액션극'도둑들'을 통해 또 한 번 손을 맞잡았다.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옛 동료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으는 '마카오 박'이 그의 몫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마주한 김윤석은 마카오 박이라는 인물을 "수면 위가 아닌 수면 아래에 있는 사람"이라 표현했다.
"마카오 박은 영화 후반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기 전까지 의중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인물이에요. 주도면밀하고 냉정한 사람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죠."
지난해 6월 첫 촬영을 시작해 약 6개월을 서울, 부산, 홍콩, 마카오 등을 오가며 진행된 촬영에 지쳤을 법도 한데 김윤석은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그가 "정말 힘들었다"말하는 딱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언어(중국어 연기)다.
"저를 소위 연기파 배우라 말해주는데, 그럼 일종의 국가대표 잖아요.한국영화가 중국으로 건너가 그 나라 사람들이 봤을 때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줘야 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와이어 액션 연기 또한 만만찮은 작업이었다.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다소 느슨해질 찰나 김윤석은 쏟아지는 총알 세례를 피해가며 화려한 고공 와이어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했거든요. (와이어 액션신만) 한 달 동안 혼자 찍었어요. 외롭더라고요. 대역을 쉽게 쓸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몇 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90% 가까이 대역 없이 소화했어요."
극 중 마카오 박(김윤석)은 팹시(김혜수)와 멜로 라인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가까이에서 김혜수의 눈망울을 보니 울렁울렁거리더라"며 농을 건네기도 했던 김윤석은 이어 배우 김혜수, 인간 김혜수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혜수는 10대에 데뷔해 40대가 된 지금까지 아름다운 여배우로 살아 남은 유일무이한 사람이죠. 시간이 흐를수록 더 아름다워져요. 옆에서 보면 정말 절제력이 강한 배우구나 느끼죠. '도둑들'에서는 '타짜'에서와 달리 지고지순 하면서 비련을 간직한 여자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줘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수면 밑에서 이야기를 힘있고 묵직하게 이끌어 가는 모습을 정말 높이 평하고 싶어요."
김윤석은 같은 시기 극장에서 맞붙어야 할 경쟁작 '다크나이트라이즈'와의 차이로 '사람'을 꼽기도 했다. "거기(다크나이트라이즈)엔 히어로(hero 영웅)가 있지만 '도둑들'엔 사람이 있잖아요. 강함 뒤엔 숨겨진 인간의 나약함을 녹여낸 것, 이게 이 영화의 매력인 것 같아요."
'햄릿을 못했다고 두려워하지 말라. 리어왕이 기다리고 있다'스스로 만든 이 말을 늘 되뇐다는 김윤석이다. 나이듦에 따라 더 깊고 매혹적인 배역이 기다리고 있기를 희망하는 말일 테다. 영화 '도둑들' 속의 마카오 박은 그의 바람과 또 한 번 잘 맞아떨어진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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