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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IFC 매각과 서울시의 직무유기


"외국계 금융기관 유치는 최소 2년 이상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아시아 금융 허브 정책이 실패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외국계 자본의 '먹튀' 논란이 예상되는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와 관련한 대책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서울시 관계자의 답변이다. 대다수 전문가의 현실 인식과는 동떨어진 시각이다. IFC는 이미 준공된 지 3년 이상 지났다. 그동안 서울시가 목표로 했던 주요 외국계 금융기관의 아시아 본부는 한 곳도 유치하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상황이 크게 달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아시아 금융 허브 정책은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상황 인식이 이러하니 대책을 마련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IFC의 시행사인 AIG는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다섯 개 건물을 모두 매각할 수 있어 각종 특혜에 따른 이득을 고스란히 챙겨갈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서울시는 지난 2005년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AIG에 사업지를 내주면서 외국계 금융기관 유치와 관련한 어떠한 조건도 계약서에 넣지 않아 AIG가 외국계 금융기관 유치를 소홀히 하게 만든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한가하기 그지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외국계 기관과 맺은 계약을 바꾸면 향후 국제적인 신인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당시 맺은 계약 내용을 바꿀 수는 없다"고 원론적인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2012년 4월 호주계 인프라 시설 전문투자자인 맥쿼리는 대주주로 있는 지하철 9호선의 요금을 기습적으로 500원 인상하려 했다. 시민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 같은 여론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결국 서울시는 기존에 특혜로 지목된 최소운영수입 보장(MRG) 제도를 비용 보전 방식으로 바꾸고 과도하게 책정했던 민간사업자 수익률도 대폭 낮췄다. 서울시는 당시 이를 통한 재정 절감 효과가 3조원에 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맥쿼리에는 가능했던 일이 AIG에는 왜 불가능할까. 의지의 문제다. 납득하기 어려운 아시아 금융 허브라는 헛된 희망을 가지고 외국계 자본의 먹튀를 방관하는 것은 서울시의 직무 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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