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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6월 8일] 펀드는 기다림이다

지난 2006년 7월 초 40대 초반의 직장인 A씨는 우연히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고민에 빠졌다. 은퇴 이후 최소한 4억원의 노후자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대출금 상환과 두 아이의 학원비 등 때문에 그동안 노후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자식들에게 노후를 기대기도 어려운 노릇. A씨는 같은 직장에 다니면서 평소 허물없이 지내던 B씨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B씨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식들에게 기대지 않고 노후를 보내려면 이제부터라도 자산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조급증은 펀드투자 최대의 敵 이들이 자산형성을 위해 선택한 방법은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것. 고령화의 진전으로 부동산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데다 은행 예금 금리도 물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그나마 기댈 곳이라고는 증시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지고 있던 여유자금 5,000만원씩을 국내의 한 주식형 펀드에 같이 가입했다. 그로부터 4년 가까이 지난 2010년 6월1일 현재 이들의 자산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A씨는 8,300만원이고 B씨는 4,800만원이다. 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걸까. 먼저 B씨의 사례를 보자. B씨는 펀드 가입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자산도 급속하게 불어났다. 하지만 2007년 11월1일 주가가 사상 최고치인 2,063포인트를 기록한 후 슬금슬금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자산이 쪼그라들기 시작하자 B씨는 조바심이 났다. 결국 B씨는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주가가 946포인트까지 폭락한 2008년 10월27일 원금 대비 6.7%의 손실을 보면서 펀드를 환매하고 말았다. B씨는 환매한 자금을 2년짜리 은행 정기 예금에 넣어 뒀지만 아직 4년 전의 원금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A씨는 펀드를 환매하지 않고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A씨도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증시가 출렁거릴 때 펀드를 환매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했으나 장기적으로는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고 환매하지 않았다. 그 결과 A씨가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은 66%에 달한다. A씨와 B씨의 사례는 우리가 펀드 투자를 할 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최근 들어 주식 투자문화가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급속하게 바뀌고는 있지만 아직도 단기 시세에 연연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이는 주가가 조금만 오르면 대규모의 펀드 환매가 들어오는 모습에서 잘 나타난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을 딛고 증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자 지난 한해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모두 13조원이 빠져나갔고 올 들어서도 8조원이 이탈했다. 직접투자든, 간접투자든 단기 시세에 연연해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증시가 오르고 내리는 시점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설적인 투자자인 피터 린치가 1977~1990년 운용하면서 누적 수익률 2,700%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낸 마젤란펀드에서도 잘 나타난다. 당시 마젤란펀드에 투자한 고객의 절반 이상이 손해를 봤다. 이는 펀드 수익률이 좋았던 시기에 가입했다가 수익률이 부진해지자 돈을 빼 버렸기 때문이다. 최선의 투자를 하려는 조급증이 최악의 결과를 낳고 만 것이다. 장기·분산투자 습관 길러야 하루가 다르게 대형 변수들이 돌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름대로 좋은 수익률을 내는 방법은 길게 내다 보고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적립식 펀드는 효율적인 자산형성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적립식 펀드는 여러 종목을 편입하고 있어서 적은 돈으로 분산투자를 할 수 있고 주가가 떨어질 때는 같은 돈으로 주식을 더 사들임으로써 매입단가를 낮추는 효과도 갖고 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정도의 포트폴리오를 갖춘 적립식 펀드를 3년 이상 장기투자한다면 은행 정기예금의 2~3배 수익을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 투자자들이 단기 시세에 연연하지 말고 길게 내다보고 분산투자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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