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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현실성 떨어지는 자영업대책

이상헌 <한국소자본창업컨설팅협회 부회장>

정부는 지난 5월31일 ‘영세 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도 채 안된 6일 전면 수정했다. 정부의 당초 자영업 대책은 지나치게 많은 자영업 창업을 억제하기 위해 일부 업종의 창업 시 자격증제도를 도입하고, 이미 운영 중이거나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존매장은 업종전환을 유도하는 등 구조조정에 중점을 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종합대책은 ‘조삼모사’격으로 단 며칠 만에 변경됐다. 생계형 창업자 고려안한 행정 수백 만 명의 생계가 달려 있는 중대한 사안을 현실은 고려하지 않고 탁상행정으로 발표 하다 보니 여기 저기서 허점이 노출됐고, 결국 미용실 창업규제 방침은 철회하고, 제과업과 세탁업계 진입 규제는 추후 공청회를 열어 자격증 도입 여부를 재검토키로 했다. 우리 나라의 창업시장은 현재 자영업자들 중 26.7%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64.5%가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수익을 실현하는 업자는 10%도 채 안 되는 8.8%에 불과하다. 무분별한 창업으로 인해 우리나라 자영업이 과잉공급 상태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개선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신규창업을 억제한다는 발상은 기존 점포의 프리미엄만을 높이고, 실질적인 구조조정 효과가 있을 지도 미지수다. 소자본으로 창업을 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업종인 음식업, 소매업, 미용업, 제과점 등은 경제학적으로 경쟁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독점적 경쟁산업에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차별성을 중시하면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한다. 그러면서 서로 경쟁하고, 승자와 패자가 생기며 도태되는 경쟁자는 시장에서 퇴출되는 ‘다산다사형’구조다. 이런 현상이 반복 되어야만 새로운 상품과 양질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후생이 증대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창업분야 전문가로서 10여 년간 창업시장에 몸담아온 필자는 창업시장은 자유 경쟁 체제가 유지되어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새로 수정된 정부 안 중에서도 소상공인지원센타와 청업컨설팅협회,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지역 신용보증기금 등이 참여하는 컨설팅본부를 설치해 자영업자들의 컨설팅을 맡기겠다는 방침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현재 소상공인지원센타는 전국에 걸쳐 겨우 60곳, 상담사는 250여명, 창업이나 사업전환관련 컨설턴트는 150명에 불과하다. 자문수요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숫자이고, 컨설턴트로서의 자질도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아 과연 얼마나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프랜차이즈 가맹점 전환 유도책도 염려되는 부분 중 하나다. 최근 신규창업자들을 보면 대부분 프랜차이즈형 창업을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다. 창업자들이 특별한 기술이나 노하우가 없기 때문에 기업화된 자영업인 프랜차이즈를 선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부실 프랜차이즈 본사들로 인해 가맹점과 본사의 분쟁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가맹점주들이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인 정보공개, 표준약관 준수 등 가장 기본적인 제도 조차 홍보부족, 프랜차이즈 본사의 비협조 등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국회를 통과해 법률로까지 지정 된 것 조차도 제대로 정착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것부터 하나씩 바로잡고 각계 전문가들과 실제 운영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정부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집합한 대책을 내세우기에 앞서 자영업이 지난 97년 외환 위기 이후 급증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로 명예퇴직자나 실직자가 급증하면서 자연스레 팽창한 것이 자영업인 데 여기에 문제가 있으니 창업을 어렵게 하고 퇴출을 유도하겠다는 식으로 자영업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발상은 납득하기 어렵다. 불공정 경쟁 방지 장치 마련을 정부는 예비 창업자나 자영업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고용창출에 힘써야 하고, 이미 창업한 사람들의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사항이 무엇인지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대책이 일시적인 미봉책이나 선심성 행정으로 이어진다면 기존에도 혼란스러웠던 창업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워 질 것이고, 이는 결국 자영업 전체의 위기로 확산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생계형 창업자다. 오늘 하루 벌어서 오늘 하루 쓰는 영세한 창업자들 인 것이다. 정부는 생계를 위해 ‘마지막 선택’으로 창업을 선택한 자영업자들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불합리한 제도나 불공정한 경쟁에 의해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고, 삶의 희망을 갖고 사업을 전개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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