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런던 올림픽의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해, 지난 13일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영문 e메일이 공개되면서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원문에는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자축 행위(Unsporting celebrating activities)'라는 저자세 표현, '(일본축구협회가) 너그러운 이해와 아량을 베풀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your kind understanding and generosity would be highly appreciated)'이라는 굴욕적인 표현까지 들어 있다. '승리에 도취된 충동적 행동' '선수 개개인과 코치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는 조아리는 내용도 있다.
협회는 14일 일본 언론들이 "대한축구협회가 사과 e메일을 보냈다"고 보도하자 "오보다. 통상적 외교 수사일 뿐"이라고 했지만 공개된 e메일에는 사과를 넘어 굴욕적인 표현이 가득했다.
정치적 선전을 했다는 이유로 아직 동메달을 못 받은 박종우 선수 건은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이 조사 중인 상황이다. 협회는 혹시나 생길지 모를 일본의 '발목 잡기'를 미리 막자는 의도로 일본축구협회에 '사과성 공문'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문 발송 자체가 불필요했고 오히려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비쳐지면서 FIPA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도 언급했지만 소명절차가 철저하게 한국협회와 국제기구 사이에 이뤄지고 일본축구협회도 자신들이 관여할 바가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더욱이 독도 문제로 양국의 대립이 첨예한 상황에 눈치도 없이 머리를 조아렸다는 비난이 거세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지난 2009년 취임 후 잦은 헛발질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에는 절차를 무시하고 조광래 감독을 경질했고 올해 2월에는 비리 직원을 퇴사시키며 입막음용으로 1억5,000만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파문이 일 때마다 실무진만 옷을 벗었다.
17일 국회 문광위에 참석한 조 회장은 "물의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지금은 일단 박종우 선수 문제 해결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조회장의 4년 임기는 내년 1월로 5개월 남았지만 국민들은 옐로카드를 넘어 레드카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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