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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프 투어에서 성적을 좀 내는 선수라면 대부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대회 기간이 아닌 날에도 좀처럼 쉴 수가 없다. 스폰서 주최 원포인트 레슨 등 각종 행사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필드 마케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유명 선수를 후원하는 기업들은 프로암 대회나 원포인트 레슨 등을 적극 활용해 고객들과의 적극적인 스킨십 기회를 늘려가고 있다. 고객들은 TV나 인터넷으로만 눈동냥하던 프로들의 노하우를 직접 배울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좋고 기업들은 우수 고객의 충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어서 좋다.
기업들이 프로 선수에게 후원하는 금액은 많으면 1년에 수억 원에 이르지만 결코 터무니없는 액수는 아니다. 그 이상의 홍보 효과를 확신하기에 과감하게 '베팅'하는 것이다. 메인 스폰서들의 경우 선수들의 모자에 새긴 로고로 기업이나 브랜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용품후원업체는 자사의 제품을 쓰는 고객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해 라운드 행사를 여는데 이때 계약 선수와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보통이다.
◇고객초청 골프대회 행사에 자동차 경품까지=용품업체인 PRGR(프로기아)와 혼마골프는 최근 VIP 초청 라운드에 특정 홀의 홀인원 부상으로 나란히 고급 승용차를 내걸었다. 프로 대회에서나 보던 '귀한' 상품이 고객 대상 행사에까지 등장한 것이다. PRGR는 BMW를, 계약 선수인 김자영ㆍ양수진을 참가시킨 혼마는 아우디 승용차를 걸었는데 신기하게도 두 행사에서 모두 홀인원 고객이 나왔다.
기업들 사이에서 고객 초청 라운드가 일반화한 요즈음 이처럼 차별화된 이벤트와 경품으로 기존 고객들의 로열티를 높이려는 경쟁 아닌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현대증권은 우수 고객 초청 골프대회에 중ㆍ장년층 사이에 인기가 높은 가수 적우의 공연을 마련했고 한국지엠은 자사 승용차 알페온 고객을 대상으로 개최한 대회에 미국 LA 여행상품권과 60인치 LED TV 등을 아낌없이 내걸었다. 또 기아자동차는 K9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최경주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을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고객 초청 라운드에는 언제나 신청이 폭주한다. 계획했던 것보다 몇 팀씩 예약을 더 잡아야 하는 경우가 보통"이라고 말했다. 기업측으로서는 우수 고객들을 필드에서 만남으로써 고객의 신상과 취향 등을 직접 파악하는 엄청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필드에서 얻은 펄떡거리는 정보를 통해 기존 고객의 가족화와 함께 잠재 고객에 대한 접근 방법까지 수립할 수 있는 것이다.
◇스크린골프업체도 동참=스크린골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 골프존은 문화ㆍ예술인을 위한 자선골프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고객들과 여자프로골프 선수들이 어우러진 대회를 열어 문화ㆍ예술 분야 후원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골프존 하면 떠올리는 스크린골프를 넘어 '토털골프문화기업'으로의 이미지 변신 중인 골프존은 선운산CC(현 골프존 카운티 선운) 인수를 기점으로 이 같은 스킨십 마케팅에 부쩍 힘을 쏟고 있다. '골프존마켓배 아마추어 포스트 투어'가 대표적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각 대회가 끝날 때마다 대회와 똑같은 코스 세팅으로 아마추어 대회를 여는 것이다. 물론 스크린골프장에서가 아니라 실제 골프장에서 열린다. 프로 대회에 한번쯤 갤러리로 방문했거나 TV로 중계를 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대회 코스에서의 라운드 욕구를 절묘하게 파고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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