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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11월 27일] 카지노만 같아라
입력2008-11-26 17:28:56
수정
2008.11.26 17:28:56
세상이 ‘카지노판’이라고 한다. 인기 있는 드라마 배경도, 너도나도 올인(all-in)한 펀드도, 투기자본에 무너진 금융시장도 ‘카지노판’이라는 비난 아닌 비난을 듣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무질서와 속임수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카지노야말로 제대로 된 룰(rule)이 지배하는 법치의 표본이다.
한국의 카지노는 태생부터 법에서 기원하고 있다. 카지노업은 ‘복표 발행ㆍ현상 기타 사행행위 단속법’으로 합법화되면서 ‘도박’이라는 원죄에서 벗어나 관광진흥법에 의해 당당히 관광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영업도 철저하게 법의 규제를 받고 있다. 관광진흥법에 따라 카지노 사업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카지노 시설 및 기구는 법정 기준을 준수해 검사를 받고 게임 종류 및 규칙을 신고해야 한다.
카지노영업준칙(문화부 고시)을 보면 ‘법치 경영’의 진수가 잘 드러난다. 출납 창구, 환전 영업소, 카운트 룸(count room) 등의 설치 기준과 주사위ㆍ카드 등 게임 기구의 기준이 일일이 법에 정해져 있다. 폐쇄회로 화면(CCTV)은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영업장 출입, 환전 및 출납, 게임, 카운트 룸의 계산장면 등이 반드시 녹화된다. 또 입장객 및 매출액 현황 등을 해당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모든 사항이 법으로 규제 받고 있으니 카지노업계의 ‘대부’는 바로 대한민국 정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지노는 또한 과거에 얼룩졌던 ‘돈세탁 공장’이 아니다. 다음달 발효되는 특정금융거래보고법 시행령에 따라 카지노는 고객이 2,000만원 이상 칩을 교환할 때마다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해야 하는 만큼 더욱 철저한 법의 굴레 속에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전용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는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최근 한국을 대표해 신한은행ㆍ삼성생명 등과 함께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의 실사를 받기도 했다. 필자는 과거 로펌에서 기업들을 자문하며 법을 피해 법이 금지한 효과를 얻게 해달라는 요구에 시달렸다.
세븐럭 사내변호사로 일하면서 겪는 경험은 놀랍기만 하다. 직원들의 일관적인 요구는 법령을 위반하거나 사회적으로 비난 받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모든 사항을 검토해달라는 것이다. 법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키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일은 늘어도 보람이 크다. 다른 기업들이 카지노만큼만이라도 준법 경영의 길을 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이 손가락질했던 바로 그 카지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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