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 이대영 서울시 교육감 권한대행, 이강덕 서울경찰청장과 조찬 간담회를 했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학교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웬일일까. 박 시장이 다른 기관장들과 간담회를 한다는 내용은 5일 오후에 나온 보도자료 초안에도 6일 오전에 배포된 최종본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시의회만이 기자의 e메일을 통해 이 사실을 알려왔다.
25개나 되는 자치구 신년 인사회 일정까지 일일이 보도자료에 명기하는 서울시가 그보다는 훨씬 중요한 이번 간담회를 그냥 지나친 이유는 뭘까.
중요한 일정이 아니라고 판단해 기자들 잠 한숨이라도 더 자게 해주기 위한 배려였을 수 있다. 아니면 중요한 일정이기는 한데 막상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시장이 참석하는 것을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다.
전자라면 공무원이 기자 역할을 대신한 과잉 친절이다. 중요한 일정인지 아닌지는 기자가 판단할 일이다. 후자라면 해당 부서와 담당 공무원이 징계를 받을 만한 문책사유다. 대책을 내놓기는 해야 되겠는데 마땅한 게 없으니 국민이 모르고 지나가기를 기대한 것 아닌가.
시의 애초 판단대로 이날 간담회는 속 빈 강정처럼 뻔한 말 잔치로만 끝났다. 4개 기관장들의 앞에 놓인 두툼한 자료의 첫 페이지에는 '학교 폭력 근절 대책 마련을 위한 조찬 간담회'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들 입에서 나온 얘기는 '학교 폭력을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할 필요도 없는 내용이 전부였다.
시민이 서울시와 소통하는 창이 언론이라면, 기자와 시장의 만남은 그 소통의 시작이다. 기사화 여부와 무관하게 서울시가 시장의 공적 일정을 언론에 빠짐없이 알려야 할 책무를 갖는 까닭이다. 서울시가 이 책무 수행을 게을리 한다면 소통을 향한 박 시장의 전례 없는 노력도 헛수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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