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화신은 우리 강산을 꽃밭으로 변화시켰다. 바야흐로 발길 닿는 곳마다 형형색색의 꽃이 즐거움을 주는 봄이다.
한 주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과 전쟁을 치르고 나면 주말에는 되도록 한 번쯤 걷기 산행을 하려고 노력한다. 비록 일주일 중 하루지만 산에 오를 시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등산은 내게 있어 명산과 멋진 꽃을 구경하며 자연의 정취도 느끼고 따사로운 봄기운을 받으며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소박한 힐링법이 돼준다.
지난 주말 산길을 걸으며 느꼈던 작은 행복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행복과 기쁨은 결코 다른 사람에게만 주어지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고 느끼며 생각하는가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일단 도시의 무료함이나 스트레스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4월의 산과 들을 만나보면 자신의 게으름을 탓하게 될 것이다. 산에서 만나는 작은 풀꽃부터 진달래, 벚꽃, 이름 모를 꽃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 오랜만에 친구에게 안부를 대신해 보내주니 금세 화답(花答)이 돌아왔다.
산 중턱쯤 갔을 때 한 가족이 숨을 몰아쉬며 산길을 오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아이의 얼굴에 작고 반짝이는 땀방울이 흘렀는데 그 속에는 가족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행복이 깃들어 있었다. 또 어떤 부부의 눈빛과 얼굴에서는 그들만의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발맞춰 함께 걸을 사람이 있어 즐겁고 취미가 같아 즐거운 주말이었을 것이다.
산행이 별로라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시의 경계를 넘어보자. 들판 뚝방에 이름 모를 꽃부터 민들레·쑥·냉이·질경이가 가득하다. 눈으로 이런 광경을 보며 봄바람과 봄 내음을 마주하는 것도 삶의 작은 기쁨이 된다.
아니면 재래시장에 들러 사람 사는 냄새를 한번 맡아보라. 그리고 최고의 봄나물인 두릅이나 엄나무 순, 혹은 가죽나물을 사서 된장찌개를 끓여 가족들과 저녁 만찬을 즐겨보자. 향이 좋은 봄나물을 듬뿍 넣은 찌개를 한 입 떠먹고 도란도란 하루 일과를 나누는 가족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따뜻한 광경이다.
물론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아침 출근길 피부로 느끼는 상쾌한 바람, 동료들과 짬을 내어 즐기는 티타임, 하다못해 다른 층으로 이동할 때 창문으로 보이는 찰나의 세상 풍경도 즐거움을 주는 요소다. 이렇듯 우리 삶에 있어 행복과 기쁨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작은 씨앗이 온갖 풍파를 다 겪고 결국 예쁜 꽃으로 피어나듯 작은 기쁨이 모여 큰 행복을 만든다. 습관화된 작은 행복과 기쁨은 우리에게 긍정이라는 강력한 힘이 돼줄 것이다. 작은 일에 기쁨을 느끼지 못하면 큰일에서 얻는 기쁨에도 감사하지 못하게 된다. 더불어 살면서 일상적인 작은 것을 도외시하는 사람은 절대로 큰일을 하지 못한다. 우리는 작은 일이 주는 기쁨을 모른 채 무조건 행복만 좇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큰 것만 추구하고 욕심을 부리다가는 작은 것조차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 지인은 행복의 습관화를 위해 오늘의 행복일기를 몇 년째 쓰고 있다고 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 즐거웠던 감정, 마음에 쏙 든 카페를 발견한 행복감, 재미있게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적기도 하고 때로는 주변의 새 생명 탄생에 대한 경이로움과 감기에서 폐렴으로 발전하지 않은 안도감을 적기도 한다. 평범한 일상이라도 찾아보면 이렇듯 소소한 행복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 지인의 설명이다.
그러나 굳이 글로 일기를 쓸 필요는 없다. 오늘부터 마음속으로라도 작은 행복일기 한 줄을 써보면 어떨까. 작은 것 하나에도 기쁨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이 습관화된다면 나중에는 더 큰 행복으로 돌아올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