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불황으로 삶이 각박해져서 <br>② 첫사랑을 추억할수있어서<br> ③ 디지털에는 낭만이 없어서 <br>④ 달고나·뻥튀기 먹고싶어서
| 홍대 근처의 옛날 다방 '몽마르뜨 언덕 위 은하수 다방'은 60~70년대 향수를 자극한다. 구식 소파와 나무 탁자가 놓인 실내 모습이 정겹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
| 경기도 안양시 '세월이 가면' 의 DJ 전주일씨는 매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진행을 맡고 있다. |
|
|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토의 오래된 물건' 한 켠에 자리한 못난이 인형 삼형제. |
|
[리빙 앤 조이] 홍대앞 LP 카페, 인사동 다방이 좋은 이유는?
① 불황으로 삶이 각박해져서 ② 첫사랑을 추억할수있어서 ③ 디지털에는 낭만이 없어서 ④ 달고나·뻥튀기 먹고싶어서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홍대 근처의 옛날 다방 '몽마르뜨 언덕 위 은하수 다방'은 60~70년대 향수를 자극한다. 구식 소파와 나무 탁자가 놓인 실내 모습이 정겹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경기도 안양시 '세월이 가면' 의 DJ 전주일씨는 매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진행을 맡고 있다.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토의 오래된 물건' 한 켠에 자리한 못난이 인형 삼형제.
ImageView('','GisaImgNum_3','default','260');
겨울철이면 커다란 교실 난로 위에 쌓아올린 낡은 철제 도시락들, '뻥이요' 라는 구성진 목소리와 동시에 커다란 자루 속으로 쏟아져 나오는 새하얀 뻥튀기, 초등학교 앞에 삼삼오오 모여 맛보던 달콤한 달고나….
추억이란 그런 것이다. 평범한 물건도 시간이 지나면서 추억이 더해지면 낭만이 되고 가슴 시렸던 아픔도 그리움의 한 조각이 되는 것이다. 배고프고 가슴 아팠던 과거의 기억이라 할지라도 세월이 겹겹이 쌓이면서 그마저도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으로 품는 게 인생이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으로 세상살이가 각박해질수록 7080세대(1970~80년대 대학 시절을 보낸 현재의 중년층을 일컫는 말)들이 유년 시절 추억을 되새김질하면서 그 시절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7080세대를 겨냥해 서울과 수도권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추억의 명소들을 소개했다.
◇ LP카페 '세월이 가면'
경기도 안양시 안양예술공원 안에 자리한 LP(long playing record) 음악 다방 '세월이 가면' . 영화 '여고시절'의 빛 바랜 포스터와 줄이 끊긴 통기타, 낡다 못해 아예 헐어버린 교복과 네모난 책가방 등 시간을 거꾸로 돌린 듯한 60~70년대 옛 다방의 모습이 풍겨난다. 오후 1시가 되자 왁자지껄 떠들어대던 중년 남녀들이 갑자기 대화를 멈추고 카페 한 편을 주시한다.
"이제 곧 봄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내리겠군요. 안녕하세요. '세월이 가면' 의 DJ 전주일입니다"
감미로운 목소리의 DJ가 레코드 판이 빽빽하게 꽂혀있는 뮤직박스 안에 올라앉았다. 낡은 LP판 턴 테이블이 천천히 돌아가자 60~70년대 유행했던 존 레논의 대표곡 'Imagine'이 카페 가득 울려 퍼진다. 마치 DJ 한 사람이 카페 안의 사람들을 타임 머신에 태우고 40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이 든다.
신청곡 쪽지에는 많은 사연들이 담겨 있다. 오래 전 좋아했던 음악을 들으니 어렸을 적 자주 싸웠던 코흘리개 친구가 보고 싶다는 사연부터 첫사랑에게 프러포즈를 받으면서 함께 들었던 음악을 듣고 싶다는 사연, 함께 울고 웃었던 소꿉동무가 외국으로 이민을 가게 돼 가슴 아프다는 사연 등. 옛 시절의 소중한 추억들이 '세월이 가면'을 다시 가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인가 보다. (031) 472-7080
◇인사동 '토토의 오래된 물건'
"맞아. 이 라면이 그땐 18원이었지. 어렸을 적엔 그것도 없어서 서로 먹으려고 난리였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던 딱지가 여기 다 모여있네. 우리 아들한테 하나 사줘야지"
인사동 골목 한켠에 자리잡은 6~7평 남짓의 '토토의 오래된 물건'에 가면 연신 탄성이 터져나온다. 60~70년대에 유년을 보낸 사람이라면 '그래, 그땐 그랬지'라며 고개를 끄덕일 만한 추억들이 이곳 저곳에서 손짓하고 있기 때문. TV가 귀하던 시절, 마을 회관에 모여 앉아 김일 선수의 박치기 한판에 환호성을 질러댔던 내쇼널 브랜드의 흑백 TV부터 주황색 공중전화, 철제 도시락, 아톰 만화딱지, 못난이 인형 등 찾을라 치면 없는 것이 없다.
언뜻 보기엔 그저 쓸모없는 잡동사니인 것 같지만 그 시대에 유년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아련하게 곱씹는 추억의 상징들이다. 연탄불 위에 올려놓고 구워 먹었던 쫀드기, 아폴로 등 불량 식품으로 치부되던 추억의 먹거리들도 아련한 향수를 일으킨다. 그래서인지 흰머리 지긋한 어른들은 물론 나이 어린 학생들도 자주 찾아 주말이면 가게가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입장료는 1,000원. 문의 (02) 725-1756
인사동에는 다양한 추억거리가 많다. 인사동 입구에 자리한 허리우드 클래식 시네마(옛 허리우드 극장)는 비디오로도 구하기 쉽지 않은 추억의 옛 영화를 상영한다. 구식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극장 앞 넓은 광장이 손님을 맞이한다. 극장 실내에 있는 '영웅본색', '미션' 등 옛 영화 포스터와 주윤발, 장국영 사진도 반갑다.
'별다방 미스리'(739-0939)에는 추억의 도시락과 직접 끓인 전통차와 맥주가 있다. 철제 도시락에 담긴 따근한 흰 밥이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김질하게 만든다. 또 다른 70년대 추억의 장소인 '아빠 어렸을 적에'(733-3126)는 자갈이 깔린 철로를 지나 문을 열면 조금 어두운 듯한 실내에 온갖 옛 물건들이 가득하다. 메뉴판을 70년대에 쓰던 초등학교 교과서로 만들어 재미를 더하는 이 곳은 옛 향기가 눈물나게 그리울 때 특히 반가운 곳이다.
◇홍대 앞에 자리한 추억들
이른바 '잘 나간다'는 젊은 청춘들이 모이는 홍대. 홍대 주차장 쪽으로 가다 보면 '홍대스러운' 세련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간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몽마르뜨 언덕 위 은하수다방'(332-0248). 전형적인 촌스러움이라기 보다는 요즘 유행하는 복고풍이 가미된 듯한 인상이다. 다방에는 DJ는 없지만 레코드 판이 빽빽하게 꽂혀 있는 뮤직 박스와 '화랑'이란 이름이 적힌 옛날 성냥갑, 다방 하면 생각나는 계란 동동 띄운 쌍화차 등이 60~70년대 향수를 자아낸다.
복고 열풍에 맞춰 최근 홍대 근처에는 LP레코드로 음악을 들려주는 카페가 많아졌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별이 빛나는 밤에', 최근 새로 생긴 '라디오스타' 등이 대표적이다.
신촌의 만화 전문서점 '리브로코믹'(312-6969)에서는 어린 시절 보았던 구하기도 힘든 만화들을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둘리는 물론 지구를 지키는 아톰 등 세월이 흘러도 계속 회자되는 만화들을 따로 모아둔 코너도 있다.
▶▶▶ 관련기사 ◀◀◀
▶ [리빙 앤 조이] 빛바랜 졸업장을 타신 당신께~
▶ [리빙 앤 조이] '강박증' 머리속에 지우개가 있었으면…
▶ [리빙 앤 조이] 요리도 인생도 高手
▶ [리빙 앤 조이] 사골, 이렇게 끓이면 맛있다
▶ [리빙 앤 조이] 발목 가늘고 뼛속 선명해야 한우 사골
▶ [리빙 앤 조이] 홍대앞 LP 카페, 인사동 다방이 좋은 이유는?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