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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준법'이 '투쟁'인 사회

우리 사회는 매년 봄이 되면 정례적인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고는 한다. 올해도 벌써 철도공사가 노사분규로 파업을 할 것이라고 TVㆍ신문 등에서 연일 보도하고 있다. 노사분규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노조의 준법투쟁이다. 출ㆍ퇴근시간 지키기,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 지키기, 지하철의 출ㆍ퇴근 배차시간 지키기 등 어쩌면 당연히 지켜야 할 일들이 투쟁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법을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인데 투쟁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외국인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법을 지키는 것이 상대편을 압박하는 수단이 되고 국민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현상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몇 년 전 화물연대 소속 대형화물차들이 일부 고속도로에서 시속 60㎞ 안팎의 속도로 준법투쟁을 벌여 심한 정체 현상이 빚어졌고 물류 대란을 일으킨 일이 있었다. 산업계의 피해는 수천억원에 달했고 한국 산업 전체 신용 하락이 불가피했다. 또 서울시 지하철의 준법투쟁도 마찬가지였다. 출ㆍ퇴근길의 열차 배차 간격을 정상적으로 운영하자 많은 지하철 이용객의 지각 사태가 벌어져 큰 불편을 겪고 아우성이었다. 그러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법과 규칙이 잘못 만들어진 것인가. 관행에 맞춰 고속도로 속도제한, 지하철 배차 간격 등을 정했으면 준법투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고 국민들도 불편을 느끼지 않았을 것인가. 법과 규칙을 이상적으로 잘 만들어 놓았는데 국민들이 잘 안 지키고, 또 안 지키는 것이 관행이 되고 익숙해져서 편하게 느끼고 있는 것인가. 사실 우리 국민들이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고속도로의 속도위반뿐이랴. “법 따로 행동 따로”의 관행이 뿌리 깊게 정착된 상황에서 법은 우리가 지켜야 할 신성한 규범으로 간주되기보다는 우회해야 할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법을 지키면 손해 본다는 생각 때문에 노조도 임금협상 과정에서 준법투쟁을 벌이고, 교통법도 있고 선거법도 있고 정치자금법도 있지만 이를 지키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게 현실이다. 요즘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법이 제정되고 있다. 그러나 법 제정만으로 우리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인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이상적인 법일지라도 일단 정착된 관행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우리 모두가 법을 지키는 습관을 가지고 준법투쟁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올해는 준법투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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