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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좋은 법관이 되겠습니다."
시각장애인으로는 최초로 판사가 된 최영(32ㆍ연수원41기ㆍ사진) 신임 판사는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심임 법관 임명식에서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며 "국민과 법원이 염려하는 것을 알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선배ㆍ동료 법조인들과 함께 헤쳐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1998년 '망막색소변성증'에 걸린 후 1급 시각장애인이 된 최 판사에게 주변 사람들은 기대보다 걱정을 더 많이 했다. 하지만 그는 2월 '1,030명 가운데 상위 40위권'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며 걱정을 기대로 바꿔놓았다.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사법시험을 통과한 최 판사를 위해 사법연수원은 시각장애인용 유도블록을 설치하고 시험지를 읽어주는 컴퓨터를 도입했다.
최 판사가 일하게 될 서울북부지법도 업무 보조원을 따로 두고 글을 소리로 바꿔주는 음성변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등 인적ㆍ물적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사법시험 준비 때부터 음성변환 프로그램으로 공부한 최 판사를 배려한 것이다. 재판기록 청취를 위한 지원실도 설치했다. 최 판사가 장시간 재판기록을 들을 경우 청력이 상할 것을 대비해서다. 최 판사는 이날부터 서울북부지법 민사11부 배석판사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이날 대법원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임명식에서는 최 판사를 포함해 86명의 판사가 임명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법관이 국민으로부터 믿음을 얻지 못할 때 재판은 냉소의 대상이 될 뿐"이라며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끊임없이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최근 분쟁과 갈등이 격화돼 법관에 대한 인신공격으로까지 이어져 유감"이라며 "대법원장으로서 부당한 공격을 막아내는 역할을 하겠다"고 신임 법관들을 독려했다.
이날 임명식에서는 한의사 경력자인 추진석 광주지법 판사, 부부 법관 강성진ㆍ김민정 창원지법 판사 등이 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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