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학 배웠지만 회장단 비서실서 첫 사회생활
경영지원본부장 등 거치며 16년 만에 CEO 올라
위기의 초록마을 맡아 성공 DNA로 1년 만에 재건
배송 시스템 정착·특화점포 확대·PB상품 차별화
국내 1위 친환경 유기농 전문 브랜드로 키울 것
서울 중랑구 본사에서 만난 박용주(53·사진) 초록마을 대표는 '경영 9단'으로 통한다.
최고경영자(CEO) 경력만도 지난 2006년 이후부터 9년째로 대상홀딩스와 초록마을을 연이어 이끌며 샐러리맨 성공시대를 열었다.
박 대표는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지만 1990년 이와 무관하게 미원(현 대상)에 입사, 회장단 비서실에서 직장인으로서 첫발을 디뎠다.
이후 인사팀장·경영지원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불과 16년 만에 CEO 자리에 올랐다. 놀랄 만한 초고속 승진이다. 이 때문에 그의 이름 뒤에는 '대표 대상맨'이자 '샐러리맨 신화'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특히 쇠락 위기에 처한 초록마을을 1년 만에 재건한 동시에 국내 대표 유기농 브랜드로 키우면서 박 대표에게는 '승부사' '전략의 달인'이라는 별칭이 또 붙었다.
이처럼 경영에서 잔뼈가 굵은 그에게도 초록마을을 현 궤도로 끌어 올리는 일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2008년 대상그룹이 인수하기 전까지 매출 및 출점 정체 등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탓이었다. 분위기 쇄신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2013년 4월 박 대표가 초록마을을 맡은 뒤 첫 번째로 뽑아든 카드는 대상그룹의 '성공 DNA' 이식이었다. 우선 매주 형식적으로 이뤄지던 전체회의를 월 1회로 줄이고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도 없앴다.
또 '기적은 남들보다 3~4배가 넘는 노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새로워지려면 발로 뛰고 밤낮없이 움직이라'며 임직원들이 각 지역 매장과 산지 등을 방문하도록 독려했다.
신규 점포 오픈 때는 직원들을 파견해 판매를 돕게 하는 등 현장 분위기도 익히게 했다.
매장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골목 등에 위치해 눈에 잘 띄지 않던 매장들을 큰길가로 옮겼다. 브랜드 아이덴티티(BI) 교체와 함께 인테리어와 벽지 색도 밝게 바꿔 백화점 분위기를 냈다. 24~49㎡(8~15평)인 작은 규모의 매장 크기도 165㎡(50평)로 키웠다.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다. 박 대표는 "직원들이 현장 곳곳을 누비기 위해서는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필요했다"며 "신규 매장은 물론 기존 점포까지 직접 다니자 임직원들도 차츰 따라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그의 경영철학은 현재진행형이다. 박 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전국 점포를 돌며 현장 직원은 물론 가맹점주와도 직접 소통한다. 지금까지 2년간 승용차로 이동한 거리만도 8만5,000㎞에 달한다. 여기에 KTX·고속버스 등 다른 이동수단까지 포함하면 12~13만㎞에 육박한다. 그는 또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신속하게 결정하고 투자에 나서자 신뢰감도 커졌다"며 "나아가 탁상공론을 줄이고 실질적인 논의에 나서자 초록마을이 본궤도에 올라서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박용주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과거 의기소침했던 직원들의 얼굴에 의욕의 생기가 나타난 것. 그러면서 실적은 쑥쑥 올라갔다. 초록마을의 지난해 매출액은 1,760억원. 박 대표 취임 전인 2012년(1,230억원)보다 무려 43%나 급증했다. 2013년 15억원까지 쪼그라들었던 영업이익은 46억원으로 3배나 뛰었다. 신바람·소통경영 등 박 대표가 손수 옮겨온 대상의 성공 DNA 효과가 120% 발현된 것이다.
박 대표는 "2013년 9월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던 매출이 4·4분기쯤 플러스로 돌아섰고 이후 영업이나 점포확장이 정상화되면서 매출은 물론 수익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며 밝게 웃었다. 대대적인 변화로 초록마을의 성장을 일궜지만 그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최고의 유기농 식자재만 취급한다" "믿을 수 있어 자꾸 방문하게 된다" 둥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해마다 고객이 불어나고 있지만 아직 최고의 친환경 유기농 브랜드라고 자부하기에는 다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요새 박 대표가 부쩍 공을 들이는 부분은 매장배송 시스템 정착과 특화점포 확대다. 소비자 편의성은 높이고 가맹점주와의 상생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다. 매장배송 시스템은 고객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현재 49개 점포에서 시범운영되고 있다.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우선 가장 가까운 매장에 재고물량이 있는지 확인하고 없다면 다른 주변 매장에 재고 유무를 파악해 있으면 이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은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 등의 주문으로 고품질 상품을 편안하게 받아볼 수 있다.
가맹점주는 주변 지역 소비자가 매장배송 시스템으로 주문할 경우 상품보유 여부에 따라 새로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특화점포는 소규모 가맹점이나 직영점보다 3~6배나 큰 198~297㎡(60~90평) 규모의 대형 매장으로 지난해 분당 이매점과 압구정점 등을 열어 현재 80곳으로 늘렸다. 앞으로 수도권·대구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특화점포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또 특화점포를 포함한 직영점을 연내 100개로 늘려 이들 점포와 주변 가맹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지역별 초록마을 벨트를 조성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PB)로 상품 차별화도 꾀하고 있다. 주요 타깃은 30~40대 주부들로 우리아이입안애(식품), 우리아이애·행복한시간(생활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콜롬비아 유기농 원두를 사용한 유기농 다크아메리카노와 유기농 원두 등도 출시해 주부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박 대표는 80% 수준의 PB 상품 비율을 90%까지 높일 방침이다. 초록마을의 뛰어난 식품관리 시스템과 고품질의 PB 제품으로 고객에게 한발 더 다가선다는 전략이다. 현재 초록마을은 잔류농약 검사, 유기농산물생산이력제 등은 물론 2002년 노희영 서울대 교수가 개발한 유기농산물 판별 시스템도 적용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있다.
박 대표는 "기존 매장보다 몇 배나 큰 특화매장과 매장배송 시스템, PB 제품 다양화 등은 초록마을의 신무기로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오는 2020년 매출 5,000억원, 매장 700개 돌파에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초록마을은 직영 86개를 비롯해 총 38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가장 큰 목표는 초록마을을 명실공히 국내 1위 친환경 유기농 브랜드로 키워나가는 것"이라며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해 국내외에서 상품의 우수성과 안전성·편의성에서 인정받는 친환경 유기농 전문 유통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칭찬은 직원도 춤추게 합니다" 실수나 시행착오 겪을 때 질책하면 역효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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