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베트남 대표 주가지수인 VN지수가 6.2%까지 급락했다가 5.9%의 낙폭으로 오전장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이는 장중 기준으로 지난 2001년 이래 가장 큰 낙폭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베트남 증시에서는 전체 상장종목 가운데 85%의 주가가 떨어졌다.
베트남 증시는 올 들어 상승세를 보이며 3월24일 약 4년 만에 고점을 기록했으나 이후 중국과의 긴장고조와 주식담보대출 상환에 따른 투매로 6주 연속으로 하락, 주가지수는 3월 고점 대비 13%가량 떨어진 상태다.
특히 7일 남중국해 분쟁도서 주변 해역에서 벌어진 중국 선박과 베트남 초계정 간 충돌은 가뜩이나 약세를 보이던 증시를 '쇼크'에 빠뜨렸다. 이날 베트남 연안경비대는 이 지역에서 중국이 벌이는 석유 시추작업을 저지하기 위해 해군함정과 연안경비대 초계함을 파견, 시추장비 철수를 요구하는 신호를 보내자 중국이 초계정에 물대포 공격을 가하고 선체로 들이받아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3일 중국이 분쟁도서인 파라셀제도(베트남명 호앙사, 중국명 시사제도)에서의 시추공사 계획을 공개한 이래 수차례 이어진 양국 간 충돌수위가 급격히 높아지자 8일 증시는 단숨에 급락했다. 호찌민시 소재 베트캐피털증권의 미첼 토스토 기관 매매 담당은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정치적 긴장"이라며 "저가매수에 나선 투자자들도 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패닉'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세안스트래티지그룹의 마크 드잔지 파트너도 "중국과 베트남 선박의 충돌이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이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는 심각한 일"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최근 들어 양국 간 긴장수위가 점차 고조돼온 가운데 벌어진 이번 사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칫 오랜 기간 국제사회의 화약고로 지목돼온 해당 수역에서 국지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3월에는 중국 선박이 남중국해 분쟁 해역에서 조업하던 베트남 어선에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