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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한나라에 부메랑된 '도덕성 잣대'
입력2009-07-31 17:28:35
수정
2009.07.31 17:28:35
야당 시절 만든 인사청문회 엄격한 기준이 인사 걸림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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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에 부메랑된 '도덕성 잣대'
야당 시절 만든 인사청문회 엄격한 기준이 인사 걸림돌로'흠집잡기'로 변질 정책·신념 검증 기회도 놓쳐
임세원 기자 why@sed.co.kr
‘난 네가 10년 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31일 한나라당이 도덕성 부메랑에 맞닥뜨린 표정이다. 지난 10년간 야당 시절 만든 인사청문회의 엄격한 도덕성 잣대가 현 정부의 실용주의 인사에서 연이어 낙점자를 주저앉히는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질에 어긋난 ‘흠집잡기’ 인사청문회로 변질돼 정작 후보자의 정책이나 신념에 대해 검증할 기회를 국회가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김 내정자의 경우 승마와 요트 등을 취미로 삼은 점, 미스코리아 대회 심사위원을 맡은 점이 여론의 도마에 올라 있다. 그는 요트 강습의 경우 값싼 수강료가 들었고 미스코리아대회는 위촉 받아 심사위원을 맡았을 뿐 입상자의 손목 한 번 잡은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개인적인 취미활동까지 거론하는 데에는 야당 의원도 고개를 젓는다. 법사위 소속의 민주당 의원은 “새 내정자는 중수부 폐지 등 검찰 개혁에 소극적인데 지금 요트 취미를 문제삼다 정작 중요한 검찰 개혁에 대한 확실한 다짐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스코리아 심사위원 경력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올릴 만한 일인지도 비판이 인다. 지난 2007년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당시 여당이던 현 민주당 국회의원도 심사를 맡은 바 있다. 결국 사회 저명인사 자격으로 심사에 참가하는 관행을 개인의 도덕성으로 연결 짓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법사위소속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미스코리아 심사위원 경력에 대해 여성단체가 가만 있겠나”라며 추궁할 뜻을 밝혔다.
민주당 측에서는 깐깐한 잣대에 대해 야당이던 한나라당의 인사 청문회 전례를 따랐다고 항변한다. 실제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사소한 문제가 비화해 낙마한 사례가 많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7월 장상, 같은 해 8월 장대환 전 국무총리 서리의 임명동의안 국회 부결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장상 전 총리 서리는 2002년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총리에 지명됐으나 한나라당은 여성인 장 지명자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으므로 국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에서 14년을 근무한 한 당직자는 “당시만 해도 첫 여성 총리라 일부 의원들이 그런 지적을 했지만 박근혜 전 대표 총리설이 나오는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장대환 전 총리 서리는 자녀 교육을 위해 위장 전입을 한 사실이 빌미가 됐다. 이 때 이후로 가족의 위장 전입은 공직자 인사청문회의 단골 소재가 됐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내정한 후 사퇴한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도 위장 전입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여부에 관한 검증 기준이 더욱 엄격해지고 한층 정밀해졌다. 이 기준을 적용 받은 천성관 후보자는 23억원이 넘는 빚을 안은 채 아파트를 산 점이 문제가 됐다. 현 정부 초기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 모두 투기 의혹이 낙마의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고위 공직자 배우자의 행실도 단골 소재다. 장대환 총리 서리 내정자는 부인의 건강보험료 미납이, 천성관 후보자는 수입이 없는 부인이 3,000만원어치의 물품을 면세점에서 구입한 사실이 문제가 됐다.
정부 출범 초기 인수위에서 인선에 관여했던 한나라당의 한 부산 출신 의원은 “보수 진영의 후보들은 능력을 갖췄지만 대부분 지난 10년간 공직자 후보로서의 자질관리를 안 했기 때문에 엄격한 도덕성 잣대 아래서는 뽑을 사람이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우윤근 의원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벌이던 흠집내기에 비하면 지금은 오히려 기준이 낮아졌다”며 “다만 이번 내정자가 비교적 검증된 후보로 보고 검찰총장의 업무과 직결되는 사안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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