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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의 대남정책을 관장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것으로 14일 확인됨에 따라 현 회장의 방북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방북 나흘째인 13일 현 회장과 김 부장의 회동을 계기로 북한에 136일 동안 억류된 유성진씨가 석방되는 성과를 거둔 것에 이어 금강산ㆍ개성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활성화라는 현대아산의 가장 큰 숙제까지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잡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난 7월30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갔다가 북한에 나포된 800연안호 선장 박광선씨 등 선원 4명의 귀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우선 김 부장이 대남정책의 실세인데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현 회장과 김 부장의 만찬회동에서 금강산 관광을 비롯, 경협사업 전반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돼 상당한 의견조율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 부장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남한을 비밀리에 방문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면담하고 정상회담에 관한 김 위원장의 입장을 전했으며 정상회담 이후에도 김 위원장의 특사로 남한을 방문했다. 더구나 김 부장이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북한 내 기존 대남 라인이 찬바람을 맞았을 때도 김 위원장의 신임을 유지한 점에 비춰볼 때 현 회장과 김 부장의 만찬회동에서 진행된 협의는 상당한 무게를 지닐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정권의 특성상 경협 등 대남정책의 최종 결정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 회장을 평양에까지 초청한 점을 감안하면 김 부장과의 회동을 계기로 금강산ㆍ개성관광은 물론 개성공단 사업에 큰 진전이 이뤄졌을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현 회장이 방북 나흘 동안 김 위원장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 것은 현 회장과 북측 당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의견조율에 차질이 빚어진 것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03년 1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했던 임동원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김용순 통일전선부장과 만나 현안을 논의하고 대통령의 친서까지 전달했지만 의견조율에 실패하면서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북측이 이명박 대통령의 8ㆍ15경축사에 담길 대북 메시지와 유씨 석방 이후 우리 정부의 기류 등을 지켜본 뒤 현 회장에게 대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현 회장과 김 위원장의 면담 일정을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복절이자 북한의 ‘조국해방의 날’인 8ㆍ15 직전 또는 당일 현 회장과 회동을 발표해 대담 유화 제스처의 분위기를 띄우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일정과 동선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김 위원장이 함흥에서 현지지도를 했고 13일에는 원산의 송도원 청년야외극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원산은 평양에서 승용차로 2시간30분 거리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행사일정 때문에 기술적으로 현 회장과의 만남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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