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12월22일] SR-71 권홍우 편집위원 1964년 12월22일, 캘리포니아 북부 팜데일 공군기지. 무게 77톤짜리 검은색 비행체가 솟아올랐다. 돈덩어리 정찰기 SR-71의 첫 비행이다. 기대대로 SR-71은 모든 비행기록을 깨뜨렸다. 최고속도 마하 3.3. 서울에서 부산까지를 9분 안짝에 주파하는 속도다. 아직도 최고 속도 기록을 갖고 있는 SR-71은 미국의 경제력과 과학기술력의 합작품. 엔진과 티타늄 합금, 특수도료와 윤활유, 정찰 기자재는 2010년에 나와도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시대를 앞섰다는 평가다. 제작기술을 감추기 위해 미국은 32대의 생산이 끝난 후 조립시설과 관련 공구를 아예 파기해버렸다. 돈도 많이 들었다. 추정 생산가격이 최소 3,400만달러. 요즘으로 치면 4억~6억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존슨 대통령이 브리핑에서 원래 이름인 RS-71을 SR-71로 잘못 읽는 바람에 도면과 관련서류를 바꾸는 데도 수만달러가 지출됐다. 운영비도 비쌌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아래였던 시절 한시간 비행에 2만4,000~2만7,000달러가 들어갔다. 미국이 보다 구형인 U-2기를 개조해 주력 정찰기로 운영하면서도 정작 SR-71은 1999년 퇴역시킨 이유도 운영비 부담 때문이다. 문제는 갈수록 군사비 지출이 커진다는 점. 정비만 거치면 날 수 있는 상태로 SR-71을 보관 중인 미국은 마하 5급의 신형 정찰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돈이 얼마나 들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당 2억달러로 책정했던 스텔스 폭격기 B-2기의 가격은 22억달러로 치솟았다. 미국뿐 아니다. 세계 각국은 한물 갔거나 다운그레이드판인 미제 무기를 사려고 애쓴다. 군산복합체의 번성 속에 의문이 고개를 든다. 인간이 무기를 소유하는지, 자본과 무기가 인간을 소유하는지. 입력시간 : 2006/12/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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