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연립여당인 공명당을 비롯한 국내외 여론을 의식해 아베 총리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으나 일본이 과거 침략전쟁을 일으킨 것을 시인하고 직접 사죄하기보다는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일반론 차원에서 언급하는 '면피성' 표현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NHK는 이날 정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아베 담화 원안에는 앞서 전후 50년 무라야마 담화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통절한 반성' '식민지 지배'뿐 아니라 '사죄'와 '침략'이라는 문구가 모두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전 정권의 담화에 쓰인 구체적 문구를 답습하는 데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아베 총리가 궤도를 수정한 것은 담화를 둘러싼 논쟁을 피하고 자신의 진의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NHK는 설명했다. 다만 NHK는 담화가 일본의 침략전쟁을 사죄하는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거론하지 않은 채 "모든 문구가 명기됐다"는 점만 거듭 강조했다.
NHK의 이 같은 보도는 앞서 아사히신문의 보도와 배치되는 것은 물론 이날 산케이신문의 보도와도 어긋나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침략'에 대해 언급하되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침략이라고 규정하기보다는 세계 공통으로 허용되지 않는 행위로서의 침략을 거론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산케이는 또 '사죄'에 관한 문구는 직접 언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침략' 행위와 그에 대한 '사죄' 표현은 일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론의 맥락에서 두루뭉술하게 언급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베 담화를 한국어·중국어 번역본으로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NHK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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