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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10월 2일] 창의성, 아이들의 희망

며칠 전 뉴스를 보니 유럽의 구텐베르크 성경에 200년 앞섰다는, 직지에 사용된 활자보다 훨씬 이전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활자가 발견됐다고 한다. 물론 국내외 학계의 철저한 검증이 끝나야 진위가 확정되겠지만 한국서지학회장인 대학교수가 수 년간의 연구 끝에 발표한 내용이니 정식으로 인정받는 일은 시간문제이지 않을까. 하여간 직지보다 최소 138년 이상 앞선 13세기 초의 발명품이라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즐거움 동반돼야 창의력 빛나 비단 직지나 금속활자의 예를 떠나서 우리 조상들이 남긴 문화유산을 보면 우리 민족의 창의적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 많다. 임진왜란을 종결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거북선과 화포가 그렇고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로 인정받고 있는 한글이 그렇다. 이러한 창의적 유전인자를 이어받은 우리 민족이지만 요즘 들어 우리 민족 고유의 창의성이 조금씩 쇠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듯 하다. 여기저기서 '창의 인성'이니 '창의 경영'이니 하는 창의성에 관련된 구호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 이유로 창의성과 창의력 교육에 대한 내 생각을 밝혀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즐거움에 기초한 창의성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좋은 아이들을 만나 세계창의력올림픽에 세 번이나 참가할 수 있었는데 매번 놀라는 것이 개막식과 시상식이 열리는 실내 체육관을 가득 메운 2만에 가까운 대회 참가자들의 표정이 어느 하나 즐겁지 않은 얼굴이 없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3박 4일의 대회를 준비하며 겪어야 했던 모든 고난과 어려움은 남아있지 않고 그저 이 자리에서 자신들의 창의성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환희에 찬 그들의 표정과 각 팀의 성적이 표시되는 전광판을 주시한 채 일희일비하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며 창의성의 기반은 즐거움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두 번째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의 모습이다. 시카고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의견에 따르면 창의성은 세 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으로 생겨난다고 한다. 사람ㆍ현장ㆍ 문화가 그것인데 우리에게는 조상에게 물려받은 창의성을 가진 인재들이 있고, 다가올 미래 사회는 지식정보화사회로 창의성의 가치가 극대화될 것이기에 이를 준비해야 하는 현장의 과제가 있다. 다만 문화적으로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다양성이 인정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만 만들어진다면 삼박자가 두루 갖춰졌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자체로 목적인 창의성이다. 언제부터인가 교육의 목적이 입시의 수단으로 변질된 후로는 교육과 관련된 모든 활동이 그러하겠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창의성 교육이나 창의력 경진 활동이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양성 인정하는 사회 되길 포트폴리오의 부족한 칸을 채우기 위해 창의적인 능력이 사용되고 평가되어서는 우리의 학생들이 제대로 된 창의성을 발휘해보기도 전에 창의력 교육 또한 사교육의 한 분야로 흡수되고 말 것이 자명하다. 시장 경제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창의성 교육만 독야청청 순수함를 유지하려고 하는 듯해 조금 입맛이 쓰지만 창의성이야말로 부존자원도 부족하고 인구도 많지 않은 우리 민족이 새 시대에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우리의 자존을 지키며 번영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써 가치가 있기에 좀 더 많은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깊고도 견고한 우리 민족의 창의성의 뿌리가 싹을 틔우고 줄기를 키우도록 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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