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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치활동땐 법위반… 엄정 대처"

■ 3개 공무원 노조 민노총 가입<br>노동부 "예의주시" 나서 정치집회 참여 어려울듯<br>민노총 조직 커졌지만 藥 될지 毒 될지도 미지수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 법원공무원노조(법원노조) 등 3개 공무원노조가 22일 단일노조로의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을 확정함에 따라 조합원 11만5,000여명의 공룡 공무원노조의 출범이 현실화됐다. 하지만 이들의 정치세력화를 우려하는 정부가 엄정 대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통합공무원노조의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당장 이날 투표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관련자를 모두 징계처리하겠다며 기존의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노총 역시 통합공무원노조의 가입으로 조직이 확대되는 이점은 있지만 공무원노조가 민노총의 강경한 정치투쟁 노선을 바꾸겠다는 방침도 밝히고 있어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엄정 대처 입장 고수=정부는 이들 3개 공무원노조가 통합준비위원회를 결성해 통합 움직임을 본격화한 지난 8월 중순 이후 줄곧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정치 중립의 의무를 지켜야 할 공무원노조가 상급단체로 민노총을 선택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통합공무원노조 측은 민노총의 가입이 곧바로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정부는 민노총이 규약과 강령에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이상 그와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이런 우려는 20일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한승수 국무총리의 발언에 그대로 묻어나 있다. 이 자리에서 한 총리는 “공무원들은 노조원이기에 앞서 국민의 공복으로서의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를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다”면서 “공무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했다. 공무원노조가 민노총을 상급단체로 선택하게 되면 민노총이 주도하는 불법시위나 정치투쟁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는 정치활동을 금한 실정법을 위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도 21일 “공무원들이 강성노조를 구성해 국정을 방해한다는 것은 국민으로서는 이해가 안 될 것”이라며 통합공무원노조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비판했다. ◇민노총 정치집회 참여 등은 어려울 듯=당장은 통합공무원노조가 민노총에 가입하는 것이 현행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통합공무원노조가 민노총에 가입을 한 후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이냐에 있다. 정부는 바로 이 부분에서 통합공무원노조가 민노총의 투쟁 방향에 따라 정치적으로 흐를 소지가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동부도 공무원노조법에 공무원노조의 상급단체 가입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 만큼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이 위법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민노총이 강령 등에 정치활동을 규정해놓고 있어 가입이 정치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한 노동부 공공노사관계팀장은 “예를 들어 민노총이 주최하는 정치집회 등에 참가할 경우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공무원노조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정치활동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징계권을 갖고 있는 행안부가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행안부는 통합공무원노조에 대해 이들이 이번 투표 과정에서 순환투표, 근무시간 중 투표 등 공무원으로서 ‘직무전념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앞으로 정치활동으로 인한 노조원의 징계 여부를 놓고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커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 팀장은 “공무원은 민간사업장과는 달리 직무전념 의무가 있어 옷에 리본을 달고 근무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며 “원칙적으로 근무시간에 투표를 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고 덧붙였다. ◇공무원노조 가입 민노총에 약일까 독일까=3개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이 확정된 직후 민노총은 “공무원노조 통합과 민노총 가입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성명서을 즉각 내고 통합공무원노조의 탄생을 반겼다. 민노총은 “통합된 공무원노조는 한국 사회의 주요한 한 축인 공무원조직을 보다 민주적으로 바꿔낼 것”이라며 “이번 가입을 계기로 더욱 책임 있고 겸허하게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통합공무원노조의 출범과 민노총 가입이 민노총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현시점에서 섣불리 판단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4월 초 민노총을 전격 탈퇴하며 잇따른 산하 노조들의 탈퇴 움직임을 이끌었던 인천지하철노조의 이성희 위원장은 “공무원노조가 민노총을 가입한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후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상급단체의 선택은 노조의 자율적 판단”이라면서도 “그동안 왜 많은 노조들이 민노총의 운동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탈퇴를 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현재까지 민노총을 탈퇴한 민간노조는 22개에 이르며 조합원 수로는 3만6,000여명에 이른다. 최영기 노사관계학회장도 “민노총의 운동방식은 투쟁 지향적이고 불법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 문제가 있다”며 “하지만 좋은 쪽으로 기대한다면 공무원노조가 민노총의 과거 과도한 폭력성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결국 이번 통합공무원노조의 가입이 민노총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앞으로 통합공무원노조가 민노총과 어떤 긴장관계를 형성하며 노조활동을 펴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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