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뢰처럼 숨어 있는 리스크 요인들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발만 잘못 내디뎌도 세계경제 위기가 10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등 다보스포럼에서는 글로벌경제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뒤얽힌 논란이 한창이다.
23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라드 IMF 총재는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유럽 국가들이 개혁속도를 늦추지만 않는다면 이 지역 경제의 앞날은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IMF는 이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0.1%에서 -0.2%로, 세계성장률 전망도 3.6%에서 3.5%로 각각 하향 조정했지만 세계경제의 앞날에 대한 언급에서는 낙관론이 두드러졌다. 주민 IMF 부총재도 "상황이 12개월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정책적 대응이 다급한 위기를 진정시켰다고 평가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특히 "미국의 상황이 괜찮다"면서 "테이블이 잘 차려졌다"고 말했다.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호된 시련을 겪은 금융산업도 힘겨웠던 역사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는 낙관론자들이 유로존 재정위기를 유로존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상황이 아니라 미국이나 영국 등도 안고 있는 보다 일상적인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존에 여전히 문제가 많아도 이는 유로존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을 정도의 결정적인 것는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악셀 베버 UBS그룹 회장 겸 전 분데스방크 총재는 "정치적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면서 시장을 긴장시킬 수 있다"며 "유로존은 아직 최악의 상황을 넘긴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유럽 위기에 대한 낙관론이 근거로 삼는 국채금리 안정세는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다는 얘기다.
CNN머니는 오는 2월의 이탈리아 총선과 9월에 치러지는 독일 총선, 최근의 국채시장 안정 때문에 유럽의 개혁 드라이브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유럽의 공공 및 민간 부문이 부채 부담을 덜기 위해 지출을 억제하는 탓에 경기회복도 요원한 상황이다. 이날 스페인 중앙은행이 내놓은 지난해 4ㆍ4분기 스페인 경제성장률은 -0.6%에 그쳐 2009년 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존 경제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이 어두운 중기전망을 내놓고 있다면서 긴축으로 성장에 주름이 잡히고 실업이 증가하는 상황이 수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당장 터져 나온 문제는 없는 반면 글로벌경제의 발목을 잡는 리스크 요인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세계 최대 광고그룹 WPP의 마틴 소렐 회장은 다보스포럼에서 "미국의 재정적자와 중동의 긴장고조, 유로존 위기, 중국경제의 경착륙 여부와 함께 최근 불거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까지 글로벌 투자의 발목을 잡는 다섯 개의 '그레이스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레이스완은 예측 가능하지만 마땅한 해결책도 없는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다이먼 CEO는 "제대로 대처하면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앞으로 10년간 (위기가) 더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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