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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목화씨·천일염 도입… 일제시대 '착한 일본인'

■ 목화꽃과 그 일본인

김충식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목화꽃과 그 일본인(김충식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부제는 ‘외교관 와카마쓰의 한국 26년’이다. 와카마쓰 도사부로(1869~1953년)는 일제강점기 식민지 조선에서 무려 26년간(1902~1927년) 일본제국의 이익을 위해 ‘성실하게’ 일한 일본인 외교관. 동아일보 일본 특파원 출신의 저자는 놀랍게도 이 인물을 ‘한국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착한 일본인’으로 소개한다.

책에 따르면, 와카마쓰는 한국 땅에 최초로 목화를 보급한 인물이다. ‘목화=문익점’으로 알고 배워 온 한국 독자에겐 매우 당황스러운 말일 수 있다. 이런 반응이 당연하다는 듯 저자는 차근차근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와카마쓰가 들여와 목포에서 실험 재배에 성공한 것은 미국산 개량종 육지면. 고려 말 문익점이 중국에서 가져와 재배한 재래면과는 다르다. 한국인이 일제강점기 이후 입은 솜옷이나 무명옷의 원재료는 육지면이다.



총독부 일본 관료가 한국에 목화를 들여온 과정이 끝나면, 또 다른 ‘놀라운 이야기’가 이어진다. 천일염전을 도입해 누구나 큰 부담 없이 소금을 먹게 한 사람도 와카마쓰라는 것. 우리나라엔 바닷물을 끓여 만든 자염(煮鹽)만 있던 1900년대 초, 와카마쓰는 중국에서 본 천일염전에 착안해 남서해안 지역에 염전 축조를 추진했다. 책은 그가 천일염전을 개발한 계기부터 천일염이 우리 경제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상세히 짚어간다.

최근 일본의 우경화와 정치인의 역사 왜곡으로 한국사회에서 반일감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민감한 시점에 불편한 시선을 감수하고 ‘착한 일본인’을 굳이 소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가 비록 심정적으로는 불편한 총독부의 일제 관료였지만, 일본 해군의 레거시(죽은 사람이 남긴 유산)가 된 이순신 영전에 엎드려 기도하는 일본 장교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목화재배와 천일염전 개발이라는 레거시를 남기고 한반도를 떠난 와카마쓰도 있는 그대로 전할 필요가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추규호 한일미래포럼 대표의 추천사도 발간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아베 정권으로 상징되는 일본의 우경화와 반한·혐한의 퇴영적 바람은 따지고 제어해 나가야겠지만, 그와는 다른 차원에서 한일 관계사를 보아 입체·종합적으로, 호혜·미래지향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우리에게도 이롭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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