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오고 말았다.'
28일 이명박 정부를 만든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사퇴하기로 했다는 서울경제신문의 보도가 나오자 금융회사 핵심 인사들은 하루 종일 부산했다.
특히 '친 MB' 인사로 분류되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있는 곳은 긴장과 우려가 교차했고 직원들은 최고경영자(CEO)의 거취를 놓고 설왕설래했다. 다른 금융공기업들도 수장의 교체 시기가 앞당겨질 것 같다면서 일손을 잡지 못했다.
당장 업계에서는 사실상 공석이 된 산은지주의 후임 수장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다른 곳들의 후임 인물도 동시에 거론된다. 청와대가 내부 승진이 많아질 것이라는 얘기를 내놓자 해당 금융사의 내부 경영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반면 관료사회에서도 회장직은 그래도 무게감을 생각할 때 관료 출신이 바통을 이어받지 않겠느냐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높아지는 긴장감…이팔성ㆍ어윤대 '묵묵부답'=강 회장을 겨누던 칼끝은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으로 옮겨졌다. 이 회장은 대표적인 '친 MB' 인사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금융권 공공기관장의 경우 잔여 임기와 상관없이 교체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임기가 1년가량 남은 강 회장이 사의를 전했기 때문에 내년 3월이 임기인 이 회장도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거취를 묻는 질문에 "미안하다. 다음주에 만나자"며 전화를 끊었다. 강 회장이 사퇴하면서 심경이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7일 밤 자택에서 만난 자리에서도 "다음에 얘기합시다"라며 말을 아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묵묵부답이다. 28일 오전 명동의 지주 본사 1층에서 기자들과 만난 어 회장은 "강 회장 사퇴에 따른 거취를 밝히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지금 심경이라도 밝혀달라"는 요구에도 대꾸 없이 자리를 떴다.
KB금융 내부적으로는 어 회장의 경우 임기를 채우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회장추천위원회가 가동되기 때문이다. 어 회장의 임기는 7월이다.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무리하게 민간 금융사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없어서다.
◇차기 산은 회장은=강 회장이 공식 사퇴를 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다소 이르지만 정부가 주주인 금융사이기 때문에 윗선의 뜻만 정해지면 일사천리로 새 수장을 정할 수 있다. 우선 거론되는 후보군은 관료다.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얘기가 흘러나온다. 내부 승진이 이뤄진다면 윤만호 현 산은금융지주 사장이 유력하다. 경복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윤 사장은 정통 '산은맨'이다. 외부 인력으로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꼽힌다. 진 전 위원장은 2001년부터 2004년 우리금융그룹 부회장을 지냈다.
◇금융공기업 수장 교체도 빨라질 듯=최근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착수했다. 매년 하는 것이지만 새 정부가 들어선 후여서 기관장 물갈이의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거취 문제에 대한 언급을 꺼리고 있다.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특별한 언급이 없다"고 했다.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관료 출신이야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정해지면 거기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철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도 "거취는 위에서 정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주어진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아직 얘기가 없다"고 했다.
기업은행도 정부가 대주주지만 조준희 행장은 내부 승진으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교체 바람에서는 비켜나 있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도 박근혜 정부의 1호 공약인 국민행복기금 이사장직을 겸직하게 됐다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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