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에 사는 박모(42)씨는 최근 몇 주간 근심 속에 가계부를 펼쳤다 덮는 일이 습관이 됐다. '해외 연수를 보낼 계획이다' '방학 동안 중학교 영어를 마스터하는 학원에 보낼 생각이다' 등 '방학 사교육'에 대한 주위의 목소리에 초등학교 5학년인 자녀의 방학생활을 어떻게 계획해야 할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가 또래에 비해 뒤처지는 것이 걱정됐던 박씨는 국내 영어캠프를 알아봤지만 2주일간의 비용만 179만원이었고 3주과정은 273만원에 교재비도 따로 내야 해 엄두가 나지 않았다. 2박3일짜리 스키 영어캠프 비용도 31만원이나 됐다.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이미 방학은 코앞. 박씨는 결국 아들을 인근 영어학원에 보내 33만원짜리 국제중학교 대비 문법 특강을 받게 할 생각이다. 21일 학원가와 학부모들에 따르면 초ㆍ중ㆍ고교의 방학이 다가오면서 학생들의 '방학 교육'을 걱정하는 부모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짧은 방학 동안 선행학습을 하거나 해외 연수를 떠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내 아이는 무엇을 시켜야 하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국내 학원이 '방학 특수'를 맞아 내놓는 단기 프로그램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아 학부모들은 '아이 걱정'과 '비용 걱정'을 동시에 해야 하는 부담이 엄청나다. 대부분 일주일에 1ㆍ2회 강의하면서 한 달 수강료가 기본 10만원ㆍ20만원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영어로 배우는 과학' 같은 일부 강의는 수업료 외에 교재비와 별도의 실험 키트 비용을 내야 해 학부모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영등포의 J영어 전문학원의 한 관계자는 "방학 중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 프로그램이나 국내외 영어 캠프 관련 문의가 많다"며 "이 지역은 한 달 수강료가 평균 20만원대로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저렴한 편인데도 일부 학부모는 삼삼오오 모여 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왔다 수강료가 비싸다며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무리한 선행학습 욕심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모두 부담만 줄 뿐 좋은 결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최근 '사교육 없는 자녀교육 성공사례 발표회'를 열었던 서울시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예성옥 교육연구관은 "사교육 없이 자녀 교육에 성공한 가정의 공통점은 '시간관리'에 있었다"며 "학습계획을 중장기, 단기로 세밀하게 짜고 이를 바탕으로 자녀의 학습 스타일에 맞는 학습방법을 잡아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방학 동안은 다음 학기 선행학습보다는 이전 학기에 대한 복습과 함께 독서 같은 기초학습을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며 "특정 학년의 교육 과정을 마스터하려는 욕심으로 선행학습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기보다는 EBS 방학특강 등을 수강하며 '훑어보기' 정도로 준비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