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혁신도시의 사업성과 효과가 의도적으로 부풀려졌다는 정부 내부 보고서가 잇따르면서 총 43조원에 이르는 지방 혁신도시 건설계획은 전면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새 정부의 혁신도시 계획 재검토는 행정중심복합도시ㆍ기업도시 등 참여정부의 지방분권화 정책 전반에 대한 대수술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대운하와 함께 총선 이후 최대 정치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얼마나 진행됐나=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 혁신도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서는 대전ㆍ충남 지역을 제외한 10개 지방에 분산 조성돼 모두 125개의 공공기관이 옮겨갈 예정이다. 10개 혁신도시의 총면적은 4,367만㎡로 수도권 최대 규모 신도시인 분당의 2배가 넘는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전주시ㆍ완주군 일대에 9,260㎡ 규모로 조성되는 전북혁신도시이며 제주가 61만1,000㎡로 가장 작다. 10개 혁신도시는 지난해 말 모두 실시계획승인까지 마쳤으며 이중 5개 혁신도시는 이미 착공됐다. 나머지 5개 혁신도시도 상반기 중 착공할 계획이다. 이 같은 개발규모에 걸맞게 혁신도시 건설에 들어가는 사업비는 무려 43조원에 이르며 토지 보상비만도 2조9,000억원이다. ◇용도변경 등 통해 해법 찾을 듯=이처럼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이어서 혁신도시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입장이다. 토지보상률도 이미 70%를 넘어선 상태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혁신도시 건설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사업을 처음으로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현실적 배경 때문이다. 새 정부는 이전 대상 공공기관의 전면 재배치와 사업규모ㆍ시기 조절을 해법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제시한 지방 ‘5+2광역권 개발’과 연계해 유사성이 높은 공공기관을 묶어 재배치하는 한편 일부 규모를 현실적으로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혁신도시 건설계획 변경 방안에 대해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방향을 강구 중”이라고 밝힌 만큼 분양 예정인 산업단지와 배후 주거단지 일부를 ‘장기 임대형’ 산업단지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혁신도시 내 일부 토지를 ‘유보용지’로 두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굳이 무리하게 개발을 추진하기보다는 일단 개발을 유보한 후 시간을 두고 활용방안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는 분석이다. 단 이 경우 팔지 못하는 땅은 그대로 정부가 재정 부담으로 떠안아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지역주민 반발 거셀 듯=하지만 정부가 어떤 방안을 찾든 혁신도시의 완공시기는 늦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토지이용계획이나 수용인구 규모 변경을 위해서는 일정을 중단하고 이미 수립된 실시계획부터 다시 짜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혁신도시 재검토안이 하반기에야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혁신도시 건설도 일단 중단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혁신도시 건설계획을 전면 수정하기도 만만치는 않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혁신도시 예정지 주민들의 반발이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새 정부가 수도권 규제는 대거 풀겠다면서 정작 지방에 대해서는 추진하고 있는 혁신도시마저 축소할 경우 엄청난 반발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전후 수차례 공식석상에서 “혁신도시는 당초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해온데다 국토부도 최근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어 혁신도시는 대운하와 함께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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