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1일부터 8월12일까지 잇따라 발생한 사건·사고에는 '관심병사'라는 공통점이 나온다. 22사단 총기사고의 주범인 B급 관심병사 임모 병장이 전역을 두 달 앞둔 고참 병장이었는데도 분노에 못 이겨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은 관심병사들이 어렵게 군 생활을 하면 할수록 고통이 더 커진다는 방증이다.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윤모 일병 구타 사망사고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모 병장(구속 중)도 관심병사 출신으로 자신이 받았던 고통을 증폭시켜 후임에게 전가한 케이스다. 이달 11일 휴가 중 동반 자살한 28사단 소속 2명의 일병도 각각 A급·B급 관심병사였다. 이들에게 가혹행위를 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 상병도 관심병사로 알려졌다.
해당 부대는 이들에게 위험한 경계업무나 중요 보직을 맡길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직제에도 없는 '행정보조병'으로 보직을 맡겨 명찰만 없을 뿐인 사실상의 낙인을 찍었다. 별다른 업무를 맡지 못한 행정보조병들은 자괴감 속에 복무하면서 일반병사들로부터 소외당해 극단적 사고와 선택에 빠져들고 있다. 12일 경기도 광주의 사격장에서 소총 자살한 윤모 일병도 A급 관심병사다.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소대장과 중대장을 지낸 문모 예비역 육군 소령은 "관심병사가 경계근무에서 제외돼 그 공백을 맡게 되는 일반병사들은 근무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자연스레 일반병사들은 관심병사를 인간 이하로 취급하고 왕따시키는 구조가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관심병사들이 무사히 병역을 마쳐도 군 복무기간에 받았던 상처 때문에 상태가 입대 전보다 나빠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폐지하는 게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군은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 숫자를 되레 부풀리며 병사 상호 간 불신감을 심화시키고 있다. 군은 최근 '병사 4명 중 1명이 관심병사'라고 밝혔지만 해병대 총기난사 사고가 터진 2011년 7월 김관진 국방장관(현 안보실장)은 국회에서 "관심병사가 전체의 5%"라고 답변했었다.
/권홍우 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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