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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장사꾼' 용병시장의 실체

■ 용병, 로버트 영 펠튼 지음, 교양인 펴냄


9ㆍ11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특히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민간보안산업은 신자유주의 최고의 유망산업으로 떠올랐다. 1997년 설립돼 주로 사격장과 군사훈련장을 운영하던 ‘블랙워터’가 미국 3대 민간군사기업으로 도약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전쟁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해 연간 시장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이르고 용병시장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비롯한 50여 국에서 용병들이 활약하고 있다. 군사 청부인인 이들은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명분 아래 국가가 공권력을 민간군인에 넘기는 사례가 된 것이다. 민간기업에 보안 문제를 일임함으로써 미국 정부는 경제적 비용 절감만 얻은 것은 아니었다. 저자는 군사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것이 정부의 정치적 부담까지 덜어준다는 데 주목한다. 군사력 남용이나 호전적인 군대에 대한 비난에 대해 “(민간보안회사와의) 계약이 법적인 보호를 제공하고, 정부는 공식적으로 어떠한 군사력 남용도 허용하지 않았다고 부인할 수도 있게 해 주기 때문”(158쪽)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용병이 되는 것일까. ‘블랙워터’나 ‘다인코프’ ‘트리플 캐노피’ 같은 민간군사기업 청부인들은 네이비실이나 델타포스 같은 특수부대 출신이나 전직 경찰 출신들이 많다. ‘트리플 캐노피’에 접수되는 지원자는 한 달 평균 1,100여명. 이렇게 지원자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하루 500~600달러에 이르는 높은 일당 때문이다. 그러나 높은 보수 이면에는 위험 부담에 대한 그림자가 존재한다. 최악의 상황은 유사시 정부와 군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 2004년 4월 이라크에서 미국 청부 군인들이 이라크 메흐디 민병대의 공격을 받아 교전을 치를 때 아무도 그들을 도와주지 않았다. 용병은 정부가 언제든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있는 일회용 군인이자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그림자 병사들이다. 저자는 분쟁지역을 찾아 다니며 반군과 테러조직, 비밀 작전의 실체를 파헤쳐 온 미국의 탐사 저널리스트이다. 책의 원제는 ‘Licensed to Kill’로 ‘살인면허를 부여 받은’ 전쟁 장사꾼들과 용병의 실체를 파헤쳤음을 의미한다.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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