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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시장 호조에도… 수심 가득한 대형건설사

실적개선 불구 부실사업장 늘어

대손충당금 작년보다 14% 급증

해외 불확실성도 높아 전망 흐림

대형 건설사들이 국내외의 부실 프로젝트가 늘면서 향후 실적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국내 한 건설사가 시공한 중동 지역의 한 플랜트 현장. /=연합뉴스


지난해 경기도 부천에서 공급된 한 아파트는 분양 시장 침체에도 계약률 90% 이상을 기록해 성공적인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분양담당자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 못했다. 이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사업이 4~5년간 지연되면서 발생한 금융비용과 원자재 가격 상승분 등을 고려하면 분양이 잘돼도 결국은 적자가 난 사업"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올 3·4분기 전반적인 실적개선에도 불구하고 부실사업 증가로 근심이 늘고 있다. 특히 수천억원대의 과징금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부실사업 증가와 맞물려 손실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침체기였던 2~3년 전에 진행했던 사업의 부실과 회수 불가능한 채권이 늘면서 실적을 갉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3·4분기까지 대형 건설사 대손 4조4,000억원=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9개 건설사의 대손충당금은 4조4,15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의 3조8,762억원보다 13.9% 증가한 것이며 해외사업발 '어닝쇼크'가 발생했던 지난 2012년(4조3,857억원)보다 300억원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대손충당금은 공사대금·매출채권·대여금 등 받아야 할 돈이지만 회수가 불확실한 채권을 미리 기업의 재무제표에 반영해놓은 돈이다. 받지 못하는 돈이 늘어 기업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업체별로 대우건설이 대손충당금 설정액이 1조25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SK건설이 8,036억원으로 뒤를 이었으며 대림산업(6,491억원), 삼성물산(6,045억원), 롯데건설(5,663억원), 포스코건설(5,558억원), GS건설(4,699억원), 한화건설(4,548억원), 현대건설(3,108억원) 순이었다.

◇시장전망도 여전히 흐림=이처럼 건설사들의 대손충당금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국내외에서 부실사업장이 늘면서 회수 불가능한 채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들어 대형 건설사들의 부실사업장 문제는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림산업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불거진 사업손실로 3·4분기에만 연결재무제표 기준 1,8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우건설은 그나마 국내 신규 주택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지난 분기 기준 누계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6% 주는 데 그쳤다. 현대건설 역시 리비아 등에서 내전 등의 영향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등 돌발상황 발생으로 3·4분기 들어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손이 증가하는 것은 프로젝트 자체의 부실 반영 외에 전망도 어둡다는 의미"라며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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