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사태의 양 당사자이면서 지역기업을 육성해야 할 대구시와 계명대학교가 결과적으로 조정능력 부재와 아집으로 "유치해도 모자랄 판에 있는 기업도 내쫓는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ICT파크는 정보기술(IT) 및 문화콘텐츠(CT) 산업의 집적시설로, 대구시가 출자한 DIP가 대구 남구 대명동 계명대의 건물 일부(3만5,808㎡)를 최근 10년간 임차해 운영해 왔다.
그러다 임대계약이 지난해 11월 종료됐고, 양 당사자인 대구시와 계명대가 임대 계약 연장에 대한 이견을 보이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 동안 계명대는 대명동캠퍼스에 남아 있는 패션대학, 미술대학 등의 학습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임대면적 일부 반환과 임대료 현실화를 요구했고, 대구시와 DIP는 상당수의 입주기업을 내보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이 보다 작은 최소한의 공간을 반환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팽팽히 맞서 왔다.
수차례 실무자간 협상이 진전되지 않음에 따라 양 기관의 최고책임자인 김범일 대구시장과 신일희 계명대 총장이 지난 6일 면담을 가졌으나 이마저도 성과없이 끝나 임대연장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
김 시장은 계명대가 반환을 요구한 1만3,000여㎡ 중 8,600㎡를 우선 반환하고 나머지 4,800㎡는 15개 입주업체의 이전공간 확보를 위해 연말까지 유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신 총장은 교육공간 확보와 학생들의 학습권을 위해 1만3,000여㎡는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라며 이 공간 모두를 이른 시일 내에 비워 달라는 입장으로 맞섰다. 임대료 현실화나 반환에 따른 시설투자비 보전 등 다른 쟁점은 거론조차 되지 못했다.
최고책임자간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대구시는 더 이상의 협상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입주기업 이전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ICT파크 일부 입주기업들은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지도 못한 채 쫓겨나야 할 상황에 내몰렸으며 대구시와 계명대가 IT산업 발전을 위해 10여년 전 출범시켰던 산학 협동의 모델도 깨질 위기를 맞고 있다.
앞서 계명대는 지난 1일부터 학생 안전을 이유로 ICT파크의 기존 차량 진입로를 폐쇄하는 대신 차량이 구내를 한 바퀴 돌아 운동장을 거쳐 주차장으로 진입하도록 하는 등 차량 진입을 엄격하게 관리해 입주업체들과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입주업체 한 관계자는 "당장 길거리로 쫓겨나야 할 상황"이라며 "계명대가 DIP와 입주업체들의 서명을 바탕으로 창업선도대학으로 지정 받은 만큼 창업선도대학 지정 취소 요구, 계명대 졸업생 채용 거부 등의 집단행동 움직임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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