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뉴욕항을 비롯한 미국 동부 6개항만의 운영권이 아랍에미레이트(UAE) 국영기업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안보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의회는 테러의 중심지인 아랍권에 항만 운영을 맡길 경우 미국의 국가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부시 행정부에 승인 철회를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가 자칫 중국기업이라는 이유로 석유업체 인수가 좌절된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 관문 내줄 수 없다 UAE의 국영기업인 ‘두바이포트월드’는 미국의 6개 항구에 대한 운영권을 갖고 있는 영국의 P&O사를 인수하기로 하고 미 행정부의 승인을 얻었다. 이제 P&O사의 주주총회 통과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주총에서 통과될 경우 뉴욕ㆍ마이애미ㆍ뉴저지ㆍ뉴올리언스ㆍ필라델피아ㆍ볼티모어 등 동부 주요 항구들이 아랍계 기업의 손으로 넘어간다. 이에 따라 미국 의회와 업계는 행정부가 이번 거래를 승인하면서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며 승인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UAE가 4년전 9ㆍ11 사태 때 테러범의 재정적 근거지 역할을 했고 최근에는 이란ㆍ북한ㆍ시리아 등에 대한 핵부품 선적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이들에게 미국 입국의 통로를 맡길 수 없다는 주장이다. 19일(현지시간) 미 의회 국토안보위원회의 피터 킹 위원장(공화)은 “그 회사는 알 카에다 또는 다른 테러리스트들로부터 항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알 지 못한다”고 말했고,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민주)도 “우리 항구들의 관리권을 과거 문제가 있었던 나라에 넘기는 것은 용납 못한다”고 강조했다. ◇의회ㆍ행정부 안보논쟁 계속될 듯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미 행정부는 이번 승인이 아무런 하자 없는 것이라며 적극 진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행정부의 경우 ‘테러와의 전쟁’에서 UAE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에 이번 인수에 긍정적이다. 처토프 국토안보국 장관은 “이번 거래는 안보 문제를 충분히 감안했으며 그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아랍언론과의 회견에서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회와 업계는 청문회와 소송 등 실력행사에 나설 계획이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는 다음 주 UAE기업의 P&O 인수 승인이 과연 적절한 것이었는 지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키로 했고, P&O와 파트너십 관계에 있던 ‘컨티넨털 스티브도링&터미널스’라는 기업은 필라델피아 법원에 계약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이와는 별도로 1,000만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안보문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을 들어 이번 UAE의 미국 항만운영권 인수 시도도 지난해 중국 CNOOC의 유노칼 인수 좌절 사례의 복사판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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