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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게임산업은 벤처다

근무시간 중에 비디오 게임을 즐긴다. 오후3시 정도인데 직원의 절반이 자리에 없다. 아이들이나 갖고 놀 법한 사람모양을 본뜬 장난감이 책상 위에 나뒹굴고 있다. 벽에는 이상한 낙서가 가득하고 상사가 둘러보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고 제 할 일만 한다.

이게 무슨 '콩가루 회사'의 광경이냐고 물을 법 하지만, 사실 엔씨소프트의 미국 현지 개발 스튜디오인 아레나넷의 평소 모습이다. 직원도 280여명으로 웬만한 중소업체 못지않지만 가족처럼 자유로운 분위기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 2002년 아레나넷을 인수한 후, 마이크 오브라이언 대표에게 전권을 일임한 덕분에 형성된 기업 문화다.

제멋대로인 듯한 이러한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물은 놀랍다. 아레나넷이 만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길드워2'는 전세계 전자상거래사이트에서 PC게임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순수 예약 물량이다. 미국 유명 게임전문 사이트의 기대작 순위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사전 판매량이 200만장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혹여나 게임과 같은 소프트웨어(SW) 사업에 뛰어들 대기업은 아레나넷 사례를 곱씹어볼 만하다. 이들은 길드워2와 같은 '대박'을 노릴 것이 분명하지만 현재와 같은 대기업 마인드로는 쉽지 않을 듯하다. 성과를 내라고 종용하는 사람,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를 못마땅해하며 기강을 잡는 사람, 이것저것 간섭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이 게임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쓴 잔만 들이켰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태생이 벤처인 포털업체도 직원들의 근무태만을 이유로 셔틀버스를 없애는 게 우리나라 기업 문화다. 아레나넷이 효율과 능률을 중요시하는 대기업 산하의 사업부였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요즘도 게임업계에는 30%대의 영업이익률만 바라보고 게임 분야 진출을 타진하는 대기업 이야기가 그럴듯한 근거를 가지고 나돌고 있다. 벤처에 어울리는 일은 벤처에 맡기는 게 모두에게 좋은 길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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