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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여년간 법원의 사건(본안) 처리건수가 70배가량 급증하는 등 우리 사법부가 급격한 양적 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건 수 증가에 비해 법관 수가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된 사건 심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질적 도약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29일 사법부 출범 60년을 기념해 ‘사법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법부의 활동을 학문적 시각에서 평가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김상준(사진) 대전고법 부장판사 등 3명이 사법부의 활동과 성과ㆍ문제점 등을 발표했다. 발표문에 따르면 법원의 1심 본안 사건 처리건수는 1954년 2만2,000여건에서 지난해 155만3,000여건으로 60배 급증했다. 특히 1989년부터 최근까지 우리 법원의 연간 사건 처리건수는 일본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상고심 사건 역시 60여년간 35배가량 늘어 대법관들의 판결 부담이 크게 가중됐다. 특히 형사사건이 상고심의 절반을 차지해 형량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의도에서 일단 대법원에 상고하고 보는 ‘묻지 마 상고’가 만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60여년간 법원의 사건 처리건수는 크게 늘었지만 법관 수는 이 기간 115명에서 2,200여명으로 19배 늘어나는 데 그쳐 법관 한명이 처리해야 하는 사건 수는 한해 평균 1,000여건에 육박했다. 단순 계산으로 법관 한명당 하루에 3건가량의 사건을 심리해야 하는 셈이다. 발표자들은 “지난 60년간 우리 경제가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소송 건수도 크게 늘었지만 법관 수는 이에 미치지 못해 심도 있는 사건 심리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사법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법관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관료화된 사법부 조직에 대한 쓴소리와 사법 불신을 해소하고 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각종 제안이 쏟아졌다. 이들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등 새로운 법조환경에 맞춰 평생법관제를 도입하는 등 관료화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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