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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 영웅전] 수치스러운 포복

제4보(37~52)



흑37로 하나 받아둔 것은 절대수. 이 수로 좌하귀의 38자리에 빵때림을 할 수만 있다면 개운하겠지만 백에게 37의 자리를 얻어맞으면 기껏 조성했던 우하귀 방면의 흑진이 단숨에 찌그러질 것이다. 게다가 우하귀에 미리 응수타진으로 두어놓은 백돌 3점이 모두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결국 홍성지는 백38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서부터 싸움꾼 이세돌의 진가가 나오게 되었다. 복기 때 홍성지는 말했다. "길을 잘못 들어섰어요. 백38을 허용해서는 흑의 고전입니다. 그 이전에 다른 식으로 풀어갔어야 했던 모양입니다."(홍성지) 수순이 좀 거슬러올라간다. 귀를 파고들지 말고 참고도1의 흑1쪽에 모는 것이 정수였다는 결론이 나왔다. 흑7까지라면 바둑은 이제부터였던 것이다. 흑39로 버틴 것도 무리였다. 다소 옹졸해 보이긴 해도 참고도2의 흑1을 선수로 두고 3으로 얼른 잡아두는 것이 지금에 와서는 최선이었다. 백4면 흑5로 참아두면 일단 파국은 없었던 것이다. "흑이 배를 땅바닥에 깔고 2선포복을 해야 한다는 것이 수치스러워 보입니다. 상대의 가랑이 밑을 기로 있어요."(양형모) 양형모 기자는 한국기원 홍보팀장으로 있다가 얼마 전에 스포츠동아로 옮겼다. 원래는 월간'바둑'의 기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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