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및 소득수준 향상으로 의료비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각국 정부의 고민은 이를 지탱해줄 재정수입이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나라경제가 휘청거린다는 점이다. 덴마크 같은 나라에서는 한때나마 국민들의 과체중을 막겠다며 열량이 높은 가공식품에 비만세까지 도입했을 정도다. 우리의 건강보험 재정수지도 내년부터 다시 악화돼 2030년에는 50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우리의 1차 의료체계가 부실해 건보재정 적자가 심각한 재정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새겨들어야 한다.
이런데도 대선 후보들은 의료비의 본인 부담금을 100만원으로 제한하는 등 보장성 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의 무책임한 공약만 남발해 걱정을 키우고 있다. 현재 63%인 진료비 보장률을 70~80%로 올린다지만 1%포인트를 올리는 데만도 5,0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투입된다고 한다. 막대한 재원을 조달할 방안이나 의료 시스템 개선방안은 쑥 빼고 무상의료 타령이나 늘어놓으니 뒷감당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될 뿐이다.
국민의 의료수요 증가가 불가피하다면 의료비 지출을 최소화하고 건보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의료보건정책을 펼쳐야 한다. 무턱대고 대형병원을 찾기보다 1차 의료기관을 강화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당면과제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나트륨 줄이기 캠페인이나 흡연억제책을 실시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일로 보인다. 또 과잉진료나 의료쇼핑처럼 모럴해저드를 방지하는 대책도 빼놓을 수 없다. 새 정부는 무엇보다 소득수준에 따른 보험료 부과체계의 형평성이나 포괄수과제 확대 같은 근본적인 건보 시스템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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