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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마와 기상청

장마철이다. 장마는 여름철에 습하고 따뜻한 남쪽의 열대기단과 그 위쪽의 성질이 다른 기단이 만나 전선을 형성하면서 생기는 자연현상으로 남쪽과 북쪽의 기단이 서로 힘겨루기하며 남북으로 오르내릴 때 그 경계면인 장마전선이 따라 움직이면서 자주 비가 내리는 특징이 있다. 여름은 강한 태양열 때문에 지면이나 강ㆍ호수ㆍ바다에서 대기로 많은 수증기가 증발하게 되고 이렇게 가열된 공기의 움직임이 활발한 계절이다. 증발된 수증기들이 비가 되고 그 강도가 넘치면 엄청난 폭우를 만들어 큰 피해를 준다. 그러기에 장마 시작과 함께 찾아오는 여름은 일년 중 기상청이 가장 바빠지는 계절이다. 일년 강수량의 50~60%가 내려버리는 여름철 비는 우리가 일용할 물을 댐에 채워주는 생명수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수마(水魔)로 변하기에 두려운 대상이다. 자연은 인간이 필요한 만큼의 적당량의 비를 주지 않기에 문제가 된다. 지난해 7월12일 하루 동안 경기도 고양에는 400㎜에 달하는 비가 내렸다. 매일 200~300㎜의 비가 연이어 쏟아진 강원도에서는 산사태로 산간 마을이 초토화되고 도로가 막혔다. 관측지점 수가 60개소가 된 지난 73년부터 2006년까지 34년간의 강수 자료를 비교해보면 지난해 장마기간에 내린 전국 평균 강수량이 758㎜로 장마기간만 따져 1위를 기록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한반도에서는 여름철 강수량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방재 업무의 시작은 따지고 보면 어떻게 날씨가 돌변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기상정보로부터 시작되기에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기상청은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여름철 방재 기상 업무에 돌입한다. 올여름 강수 형태도 심상치 않다. 최근 경북 문경의 어느 한 지점에서는 2~3시간 만에 150㎜ 가까운 비가 내린 반면, 불과 10여㎞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는 비가 20㎜도 내리지 않았다. 이런 국지적인 호우가 올해도 빈발할 것이다. 장마와 함께 시작된 집중호우철을 앞두고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올 여름에도 예상강수량이 맞나 틀리나에 내기를 할 것인가. 예상강수량 ‘200㎜’라는 숫자는 1등의 행운을 찾는 복권번호 맞히기가 아니라 그만큼 많은 비가 내려 받을 피해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다. 예상강수량으로 발표한 200㎜를 넘어 300㎜의 비가 내려 피해가 커졌다는 비난은 본질을 흐리는 무용한 논쟁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일기예보의 정확성은 완벽할 수 없는 과학적 한계가 있다. 63년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밝혀낸 ‘나비 효과’가 바로 그것을 말해준다.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주가ㆍ부동산ㆍ경제성장에 관한 전망도 정확한 예측은 어려운 것 같다. 마찬가지로 자연계에서 벌어지는 날씨 변화를 예측하는 일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만큼이나 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발생하는 돌발성 집중호우를 사전에 예측하는 일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불과 1~2시간 전에야 예상하는 실정이다. 기상청이 비가 많이 온다는 기상특보를 발표하면 그러한 현상이 곧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갑자기 내리는 호우로 산이나 계곡에 있는 야영객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계절이 왔다. 어디에서건 기상정보를 반드시 확인하는 일도 지혜로운 피서 요령일 것이다. 장마철을 맞아 막힌 하수구나 배수구가 없는지, 축대나 건물이 무너질 위험은 없는지 사전에 점검하는 유비무환의 자세와 기상특보가 내려지면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만이 소중한 인명 피해를 줄일 수는 방법이다. 일기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일은 기상청의 몫이다.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길만이 해결책이므로 기상청은 꾸준히 그 길을 걷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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