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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사는 정모(38)씨는 올가을 아파트 전세 재계약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아이들이 집안에서 뛰어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아래층에 사는 사람들의 항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1층 아파트로 옮길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사생활 보호나 보안 문제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정씨의 선택은 필로티 아파트였다. 1층에 필로티가 설치된 아파트는 층간 소음에서 자유로울 뿐 아니라 저층 아파트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정씨는 "필로티 아파트는 저층이라 인기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찾는 사람들이 많아 매물이 거의 없었다"며 "재계약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좀 더 발품을 팔아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층간소음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1층을 비운 '필로티(pilotis)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필로티란 벽 없이 기둥만으로 상층부를 지지하는 건축 기법으로 주택업체들이 저층부 사생활 보호와 개방감 확보를 위해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필로티 바로 위 가구의 경우 층간소음 걱정이 없는 데다 저층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어 수요자가 느는 추세다.
◇매매ㆍ전세 필로티 가구 인기 많아=서울 고덕동 I아파트 85㎡ 필로티 가구는 최근 인근 중개업소에 4억8,000만원에 매물이 등록됐다. 이 아파트의 12층에 위치한 같은 면적보다는 여전히 3,000만원가량 가격이 낮지만 지난 3월 실거래가(4억5,000만원)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이 지역 H공인 관계자는 "필로티 가구만 찾는 손님이 꽤 있어 가격이 크게 약세를 보이지는 않는다"며 "호가로만 따지면 오히려 3~4층보다 높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잠실동 L아파트도 비슷하다. 일부 동에만 필로티 설계가 적용돼 있어 물량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인기가 꾸준하다. 가격은 일반 1~2층과 비슷하지만 매물이 나오면 거래는 잘되는 편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층간소음ㆍ가격 낮아 장점=필로티 가구의 가장 큰 장점은 층간소음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 아이들이 집안에서 마음껏 뛰놀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저층이라 가격도 싸다. 같은 면적의 중간층(7~8층)보다 많게는 3,000만~4,000만원 정도 싼 가격에 매물이 나오는 편이다.
K공인 관계자는 "필로티 가구라도 최근 나오는 매물을 보면 일반 1~2층 아파트와 시세는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편"이라며 "하지만 로열층에 비해서는 가격이 싼 편인 데다 희소가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필로티 높이가 3m 안팎이다 보니 일반 1~2층에 비해 사생활 침해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여기에 저층 아파트에 적용되는 갖가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최근 건설사들은 1~2층의 경우 천장 높이를 높이고 테라스를 설치하는 등 저층 특화 시설을 선보이고 있어 더 좋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난방비ㆍ외부 소음은 단점=물론 단점도 있다. 아래층이 비어 있다 보니 중간층에 비해 겨울철 난방비가 월 5만~10만원 정도 더 나오는 편이다. 이 때문에 필로티 가구를 사거나 전세로 들어가려는 사람은 관리비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층간소음 걱정은 없지만 저층부이다 보니 외부 소음에 다소 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장점이 명확한 만큼 단점도 분명한 것이 필로티 아파트"라며 "투자가치보다는 거주 편의성 측면을 고려해 필로티 가구 매입 여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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