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자동차 업체에 교두보를 구축하려는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이를 저지하려는 사측 및 공화당 주정부가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나섰다.
UAW는 북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근거지를 둔 미국 자동차 ‘빅 3’의 퇴조와 강성 노조활동에 대한 거부감으로 존립 기반에 구멍이 난 상태다.
때문에 1990년대부터 남부에 진출, 시장 장악력을 넓혀가고 있는 외국 자동차 기업 내로 뚫고 들어가는 것이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외국 자동차 업체들은 1990년대부터 남부에 잇따라 공장을 세우고 세계 최대의 북미시장을 공략해왔다. 앨라배마주에는 현대ㆍ벤츠ㆍ혼다, 테네시주에는 닛산ㆍ포크스바겐, 조지아주에는 기아차,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는 베엠베(BMW)가 공장을 지었고, 일본의 대표 메이커 도요타는 켄터키주와 미시시피주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UAW의 집중 표적이 된 업체는 닛산과 벤츠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벤츠는 이달 초 완성차 공장에 주요 부품을 납품하는 핵심 협력업체에서 UAW 지부 설립을 위한 찬반투표가 실시될 예정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노조 설립안이 가결될 경우 벤츠 본공장은 물론이고 포크스바겐과 닛산 등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벤츠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주 정치권은 비상이 걸렸다. 공화당 소속의 로버트 벤틀리 주지사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앨라배마경제개발협회 콘퍼런스에 참석해 “벤츠에 노조가 생기면 자동차 산업이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틀리 주지사는 “파산한 디트로이트처럼 되고 싶지 않다”며 “벤츠는 세계 최고의 공장이고 앨라배마의 자랑인데 직원들이 망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앨라배마주는 벤츠에 이어 2002년 현대차를 유치했고, 그 기세를 몰아 올해 테네시주와 함께 신흥 자동차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현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UAW는 2011년 현대차를 포함해 외국 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에게 접근해 노조설립 투표를 위한 서명을 요청하는 등 조직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후 UAW는 일단 닛산과 포크스바겐, 벤츠를 우선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지 소식통은 “현대차와 기아차도 결국 UAW와 일전을 겨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근 UAW가 한국 협력업체에서 발생한 여성 근로자의 사고사 논란에 끼어든 것도 한국기업 공략을 염두에 둔 탐색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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