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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당신이 사는 곳은 어디입니까-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


필자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 터를 잡은 지도 어느덧 5년이 다 돼간다. 참으로 세월이 빠르게 지나갔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해부터는 충무예술아카데미 인문학 과정에 '이순신 지도자 양성 최고위 과정' 강좌를 새롭게 개설해 30년 동안 이순신에 대해 연구해온 김종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초빙해 강의를 진행했다. 평소 이순신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이 있었던 터라 배울 것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한국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인인 충무공 이순신의 출생지가 서울 건천동(乾川洞·지금의 중구 인현동)이며 충무아트홀의 이름 역시 충무공의 호를 따 지어진 것이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공연장 최고경영자(CEO)로 일을 해오며 지역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왔기 때문에 중구에 대해 충분한 공부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근자에 접한 역사 산책 시리즈에서 발견한 주옥 같은 '중구의 과거'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필자를 역사의 한 장면으로 옮겨놓는 묘한 경험을 하게 했다.

이 글은 필자가 속해 있는 장충 포럼의 멤버인 김성섭 중부경찰서 서장이 연재형식으로 쓰고 있는데 모임 때마다 나눠주는 글의 내용이 놀라울 정도로 새롭고 재미있는 중구의 숨은 이야기여서 감탄사를 자아낸다. 글에 따르면 가수 배호의 '안개 낀 장충단 공원'으로 유명한 장충단은 임오군란 때 희생된 영의정 이최응과 일본공사 미우라 고로가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 때 희생된 군부대신 홍계훈, 궁내부대신 이경직 등의 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지난 1900년 고종이 조성한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한다며 그의 이름을 따 박문사(博文寺)를 세웠는데 현재 박문사로 추정되는 곳에 신라호텔이 들어섰다. 한국 문학의 대부 김동리 선생 역시 중구 신당동에 터를 잡고 살았다.

충무로에서 인쇄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 단지 단성사를 비롯한 극장들이 많아 영화산업이 흥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1403년 태종이 지금의 충무로 3가 극동빌딩 자리에 금속활자를 만드는 주자소를 설치했는데 이때 세계적으로 우수한 금속활자를 만들고 서적 인쇄를 도맡아 하게 한 것이 지금의 충무로의 시발점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역사란 바로 이런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과거의 연장선에서 퍼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찌 역사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가벼이 지나가는 '이 순간'이 미래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필자의 뇌리에는 많은 것이 스쳐 지나간다.

당신이 지금 사는 곳은 어떤 모습인가. 의도하지 않게 머무르고 있는 공간이라 해 애정 없이 바라보고 있지는 않는가.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볼 아량이 필요한 때다. 세상의 미미한 존재라 홀대했던 자신이 평범하지 않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하루도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생애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지만 남기고 간 이야기는 길이길이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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