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내 증시가 조정양상을 보이자 분산투자로 변동성을 줄이고 소액으로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 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달 기준금리마저 인하되고 안전자산 선호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채권형 ETF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채권형 ETF는 만기가 3~10년인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돈을 넣어두기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ETF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단기 대기자금을 효율적으로 굴릴 수 있는 알짜배기 투자처로 단기채 ETF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단기채 ETF는 만기 1년 미만의 국고채와 통안채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국고채와 통안채에 투자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다 만기가 1년 미만인 채권에 투자해 단기 자금 운용에 적합하다. 현재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3곳의 상품이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단기채 ETF의 가장 큰 장점은 주식거래와 연계해 자금을 효율적으로 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주식을 매도한 후 매도대금을 다음 매매 때까지 주식 계좌에 보유할 경우 이자는 극히 미미하다. 실제로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놓은 고객예탁금은 연 1% 수준의 이자만 지급한다. 하지만 주식 매도 후 단기채권 ETF를 바로 매수하면 자금을 놀리지 않고 고객예탁금보다 더 높은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다.
실제로 설정된 지 1년이 넘은'우리KOSEF단기채 ETF'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3.87%로 대표적인 단기 대기자금 투자처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연 환산 수익률인 3.1%를 를 웃돈다. 최근에는 증권사들이 기준금리 인하로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기준금리를 종전 3%대에서 2%대로 낮추고 있어 단기채 ETF의 매력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수수료가 낮은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개인형 머니마켓펀드(MMF)의 경우 은행이나 증권사에 평균 수수료 0.45%를 지불해야 하지만 삼성 KODEX 단기채 ETF의 수수료는 0.15%수준이다. 또 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판매사의 운용 실적에 따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단기채 ETF는 국고채에 투자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이런 장점이 부각되면서 단기채 ETF로 개인과 기관의 자금이 꾸준히 몰리고 있다. 20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월 22일 상장한 '삼성KODEX 단기자금ETF'의 설정액은 4,412억원을 기록해 출시된 지 5개월만에 4,000억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지난 5월 출시된 '미래에셋TIGER유동자금ETF'도 상장 두 달 만에 설정액 75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 2010년 출시된 단기채 ETF의 맏형인 '우리 KOSEF 단기채 ETF'의 설정액도 지난해 말 840억원에서 현재 890억원까지 상승해 꾸준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CMA 잔액이 6월말 현재 37조7,435억원으로 지난해 4월 보다 16%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단기채 ETF에 대한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남기 삼성자산운용 ETF 운용 매니저는"단기채 ETF와 MMF,CMA 모두 기대 수익률이 연 3%대로 비슷하지만 단기채 ETF는 수시입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빼고는 MMF, CMA보다 장점이 많다"며 "단기채 ETF가 단기자금 투자처로 MMF나 CMA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단기채 ETF의 유일한 단점은 보통 주식과 마찬가지로 매도 이틀 후 현금이 입금돼 CMA와 MMF처럼 수시입출에 다소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CMA, MMF와 달리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이런 단점을 충분히 단기채 ETF가 상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매니저는 "단기채 ETF는 국고채, 통안채에만 투자하는 안정성, 머니마켓펀드(MMF) 대비 저렴한 보수, 고객예탁금보다 높은 이자율 등이 부각되면서 개인 및 기관들로부터 더욱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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