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다시 열리는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은 미중 간 다양한 현안이 회의 테이블에 올라오는 '백화점식' 회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보다는 양국 간 협력관계가 더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시아오후이(習奧會·시진핑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만남)의 견제와 포용'이라고 요약하고 있다.
회담의 형식은 중국으로서는 다소 파격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신경보는 이번 정상회담이 과거 미중 정상회담과 달리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 끝자락에 있는 랜초미라지시의 개인 휴양소인 서니랜즈에서 진행됐던 회담처럼 캐주얼한 형식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11일 저녁 두 정상이 개인적 만찬을 갖는 데 이어 12일 오전 소수 참모가 참여하는 단독 정상회담과 확대 정상회담을 잇달아 가질 예정이다. 3개월간 정상회담 준비를 거쳐 이미 의제들은 지난 10월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국무위원의 보스턴회동에서 대부분 조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1·4 중간선거 패배를 뒤로 하고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실행 의지를 재확인하고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최근 미국에 손을 내밀고 있는 북한 문제에 대해 미중 간 심도 깊은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보스턴회동에서 케리와 양제츠는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기존입장을 확인하며 6자회담 재개에 대한 논의를 했다. 중국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억류자 2명을 석방한 북한의 태도에 대해 미국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슬람국가(IS), 에볼라 대책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두 문제에 대해 중국의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열릴 예정인 중일 정상회담 결과도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미국이 중일관계 개선을 환영하고 있는 만큼 대립점을 형성한 남·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좀 더 부드러운 의견 교환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신형대국관계를 강조하며 새로운 미중 간 협력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협력해야 할 부분인 북핵 문제, IS, 에볼라 등에 있어서는 큰 이견보다는 협력의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양국 간 이슈에 대해서는 신형대국관계의 틀 안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시아태평양 역내 질서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견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남·동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홍콩 시위 등은 중국의 문제인 만큼 미국이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 역내 경제통합 이슈에 대해서도 대립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양자현안으로는 투자보장협정(BIT)을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 강화방안과 사이버안보 협력 등이 주목된다. 특히 BIT 체결 논의는 단순히 미국의 대 중국 투자를 활성화하는 차원을 넘어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미중의 포괄적 협력을 상징하는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이 예외를 요구하며 미루고 있는 정보기술협정(ITA)에 대한 진전도 기대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