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유통체인인 미국 월마트는 2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제조업 고위관계자 회담'을 열어 향후 10년간 500억달러(약 56조원)를 미국산 제품 구매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월마트 매출액의 10%를 넘는 금액이다.
빌 사이먼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회의에서 "우리가 힘을 합치면 미국 제조업을 되살릴 수 있다"며 참석자들에게 '국산품 챙기기'를 독려했다. 이틀 일정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페니 프리츠커 상무장관과 8명의 주지사, 36개 주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으며 제프리 이멀트 제너럴일렉트릭(GE) CEO를 비롯한 500여개 제조ㆍ유통업 대표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에 대해 참석자 대다수는 그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하며 미국 내 투자 및 국산품 구매 확대를 약속하는 등 미국의 자국산업 챙기기가 노골화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프리츠커 장관은 "아직 미국에서 인력을 고용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약하다"며 "바로 이런 자리가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통화확대 정책만으로는 미국의 제조업을 살려낼 수 없다"고 지적하며 미국산 상품 판매 촉진 캠페인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에 GE가 미국 월마트에서만 판매하는 백열전등을 생산하기 위해 미국 공장에 3,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참석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확충 계획도 잇따라 나왔다.
한편 미국과 중국ㆍ유럽연합(EU) 사이에 무역분쟁이 고착화하는 가운데 미국 산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를 부추기며 각국의 무역갈등을 한층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ㆍEU는 전통적으로 상대국 정부의 보조금을 문제 삼으며 높은 관세를 매겨왔고 최근 중국이 애플과 폭스바겐, 영국 제약사인 GSK 등의 비리행위를 집중 적발하는 등 자국산업 보호의 일환으로 외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강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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