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골프 투어의 여고남저(女高男低)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21일 발표한 2013시즌 일정에 따르면 정규투어인 코리안투어는 올해 모두 15개의 대회를 치른다. 지난해보다 1개 대회가 늘었지만 이 중 2개 대회는 아직 세부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지난해보다 5개 증가한 27개 대회를 열기로 확정한 것과 비교된다.
남자 투어의 속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시즌 개막전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유럽ㆍ아시아 투어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발렌타인챔피언십(4월25~28일ㆍ이천 블랙스톤GC)이다. 코오롱 한국오픈을 비롯한 4개는 원아시아 투어 공동 주관 대회이고 CJ최경주인비테이셔널은 아시안 투어와 공동으로 열린다. 한일 대항전인 밀리언야드컵까지 빼고 나면 순수 코리안 투어 대회는 15개 중 8개뿐이다.
다른 투어와 공동으로 주관하는 대회에 나갈 수 있는 KPGA 투어 소속 선수의 수는 제한된다. 가장 적은 발렌타인챔피언십이 40명이고 원아시아와 아시안 투어의 국내파 정원은 60명선이다. 상금랭킹 60위 밖의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8개이고 그 가운데도 1개 대회는 한 판만 지면 탈락하는 매치플레이 경기다.
반면 여자 투어는 인기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KLPGA 투어가 개최기간 최소 3년, 총상금 5억원 이상이라는 제한을 두고 있지만 대회를 개최하겠다는 기업들이 많아 한여름과 겨울철을 제외하면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압도적으로 남자 골프의 인기가 높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해외 투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기현상에 가깝다. 한국 골프 여고남저 현상의 원인은 우선 스타 기근에서 찾을 수 있다. 박세리가 미국에서 '대형사고'를 낸 1998년 이후 남녀 골프의 인기 역전이 일어났고 여자 골프의 득세가 이어졌다. 스타급 여자 선수들이 대거 해외로 나갔지만 신예들이 빈자리를 메웠고 해외파의 후광효과까지 누렸다.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남자 골프는 김경태ㆍ배상문ㆍ노승열ㆍ김비오 등이 일본과 미국으로 나간 뒤 흥행 카드가 더욱 줄어들었다. 대회 스폰서인 기업들도 여자 대회를 선호한다. 중계방송 등으로 홍보효과가 크고 대회 개막 전일에 치르는 프로암 경기에 초청되는 각계 인사의 호응도도 높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회장 선출을 놓고 집행부가 갈등하는 내홍까지 겪었던 KPGA가 올해 인기몰이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일본 역시 올해 남자 투어(JGTO) 대회 23개, 여자(JLPGA) 대회 36개로 여자 골프의 인기가 높다. JGTO는 골프 스타 이시카와 료가 미국 무대로 진출하면서 타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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