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겨울철 전력수급에 차질을 빚을지도 모른다. 정부는 발전용량이 100만㎾에 이르는 한빛 3호기의 가동중단에도 공급이 모자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국내 23기 원전 가운데 7기가 고장 나거나 계획예방정비를 받고 있어 앞으로 단 1기만 고장 나면 최대전력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비 중인 원전들이 재가동될 연말까지가 최대 고비다. 일각에서는 정비 중인 원전의 가동을 서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나 그럴 수는 없다. 만에 하나 조기 투입으로 사고가 일어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더 큰 문제는 고장 수리조차 믿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한빛 3호기는 지난해 11월 계획예방정비 도중 원자로 헤드에 균열이 발견돼 반년이 넘는 보수작업을 마치고 재가동된 지 6개월 만에 가동이 중단됐다. 국내 최고령 원전인 고리 1호기도 176일간 정비를 받은 뒤 불과 50일 만에 멈췄다. 고장 수리조차 신뢰할 수 없다니 한수원은 원전관리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다른 원전들의 보수작업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잦은 원전 고장은 에너지 백년대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의존도가 지대한 원전의 안정성에 대한 국민 불신을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수원에 대한 조사와 철저한 원인규명이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