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나이트프랑크' '미쓰비시부동산' 같은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투자회사가 없지 않습니까. 국내 부동산 산업은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매우 뒤떨어져 있습니다." 지난 1999년부터 9년 동안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를 지낸 뒤 2008년 부동산자산관리 회사 JR자산관리를 설립한 이방주(68ㆍ사진) 회장. 건설과 부동산 투자산업을 두루 경험한 관록의 노(老) 경영인은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국내 부동산투자 산업의 선진화'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은 기술도 많이 발전했고 상당히 선진화됐지만 부동산투자 업계는 이제 걸음마 단계"라며 "부동산투자 전문인력들을 많이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발전 가능성'과 '희망'도 동시에 제시했다. 그는 "국내 부동산펀드와 리츠 등이 대형화되면 부동산시장도 안정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부동산ㆍ자산관리시장이 (해외에 비해) 뒤처진 만큼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1,600억원대 테크노마트 사무동 인수 양해각서(MOU) 체결 등 굵직굵직한 계약을 성사시킨 이 회장은 부동산투자를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정의했다. 큰 부동산을 사고 팔기 위해서는 ▦시장분석 ▦가치평가 ▦마케팅 등이 필요한데 이는 기업 간 M&A 과정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을 사고 팔려면 부동산투자에 대한 스터디가 많이 돼야 하고 부동산을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며 "마케팅ㆍ투자평가ㆍ세무대책 등도 세밀하게 챙겨야 하는데 큰 회사를 M&A할 정도의 기능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부동산투자를 결정한 후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중요한 과정으로 들었다. 이 회장은 "부동산을 운용하는 것은 회사를 경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부동산에 맞게끔 포트폴리오를 가져가고 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국내 부동산투자 산업이 아직 후진적이라고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M&A와 기업경영 같은 부동산투자 운용의 전반적인 프로세스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그는 "부동산 중개부터 투자ㆍ평가까지 전체적인 것을 다 담당해야 하는데 (국내시장에서는) 이런 인식자체가 없다"며 "능력이 갖춰진 외국의 유명한 회사들처럼 앞서 보고 투자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투자 산업의 발전은 국익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부동산투자 업계에도 하루빨리 건설업계의 현대ㆍ삼성ㆍ대우ㆍ대림 등과 같은 '빅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IMF 사태와 같은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큰 부동산회사가 있어야 자산을 받아주고 정리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IMF 때 론스타와 같은 해외 펀드들이 국내시장에 들어와 우량 부동산들을 헐값에 다 가져갔다"며 "우리나라 부동산회사들이 외국에 비해 열세에 있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제를 부동산투자 산업 전반에서 JR자산관리의 주력사업인 리츠(REITs)로 좁혀 물음을 던졌다. "리츠는 부동산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뮤추얼펀드다. 국민들이 주식처럼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인데 아직 활성화되지 않고 '자기관리리츠' 같은 부작용만 부각돼 안타깝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회장은 국내 리츠시장을 '초창기'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큰 부동산의 80%가 기업 소유고 20% 정도만 리츠나 부동산펀드가 소유하고 있어 활성화되지 않고 있지만 외국은 반대"라며 "선진국일수록 코어마켓으로 가기 때문에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리츠나 부동산펀드 중심의 시장으로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시장에 펀드 중심의 간접투자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는 것처럼 부동산시장도 리츠 중심으로 일반투자자들이 참여하는 간접투자시장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회장이 이끌고 있는 JR자산관리가 눈독을 들이는 사업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우선 오피스 투자가 아닌 아파트 개발사업에 나설 계획이 있는지 묻자 이 회장은 당분간 오피스 시장에 주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제한된 인원과 오피스시장의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고려하면 무리해서 주택시장에 투자할 때는 아니라는 말이다. 오피스를 제외한 관심사업으로는 창고ㆍ호텔 등을 들었다. 특히 이 회장은 호텔과 병원을 결합한 시설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개발 리츠로 부산에 호텔과 병원이 결합된 연면적 6,000평 정도의 시설을 지어 중국ㆍ일본 의료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중"이라며 "곧 준공되며 이비인후과ㆍ치과 의사 등 선구적인 생각을 가진 의사들도 참여의사를 밝힌 상태다"고 설명했다. 해외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전했다. 해외부동산에 대해 상당한 공부를 해야 하고 선투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선투자를 상당 기간 해서 해외부동산에 대한 경험을 쌓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해외부동산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이해한 뒤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일본 부동산시장에 대해서는 상당 수준의 연구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투자계획이 있고 좋은 파트너를 섭외해 정보교환과 함께 공부하고 있는 단계"라고 귀띔했다. 인터뷰의 흐름을 '국내부동산시장 현황'으로 돌렸다. 이 회장에게서는 국내부동산시장이 "'오퍼튜니티(Opportunity)'마켓에서 '코어(Core)'마켓으로 변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회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과거 우리나라 건설부동산시장은 자본이득을 추구하는 오퍼튜니티 마켓이었지만 이제 우리나라 시장도 성숙해져 코어 마켓으로 바뀌었다"고 정의했다. 과거에는 연 20~30%의 고수익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운용수익 6~7%에 만족해야 하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그는 이어 "6~7%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결국 리모델링하고 포트폴리오를 바꿔 개조하는 등 부가가치를 올리는 시장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그것이 JR자산관리가 하는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오랜 기간 국내 대형 건설사의 CEO를 지낸 전문가가 바라보는 국내건설시장 전망은 어떨까. 관록의 CEO는 "건설업은 희망이 있는 산업"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이 회장은 부산의 예를 들며 국내건설시장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요지는 시장을 '단편적인' 시각에서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부산에서 아파트 분양도 거의 안 되고 한창 힘들었지만 요즘은 부산은 잘되고 수도권이 안 된다"며 "수요공급에 의해 시장이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큰 그림으로 봤을 때 국내건설시장은 긍정적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일본은 2명당 한 채꼴로 집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3명당 집이 한 채꼴로 있기 때문에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었다고 해도 수요가 있다"며 "재개발 재건축 여유도 있고 부동산을 리모델링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업계 원로답게 각종 건설ㆍ부동산 현안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분석을 제시했다. 우선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에 대해서는 "옳은 정책"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보금자리주택 정책은 좋은 정책이고 기본방향은 맞다"며 "공공과 민간주택정책이 서로 조화롭게 병행돼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어 "공공 때문에 민간이 위축됐을 경우 정부가 정책에 변화를 줘 민간을 활성화시켜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사태와 관련해서는 은행권의 영업행태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했다. 은행들이 사업분석 등 기본을 무시하고 영업을 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은행이 사업을 분석하고 판단해 영업활동을 해야 하는데 건설회사들에 보증을 서게 하는 손 쉬운 방법을 쓰면서 나중에 사업이 악화되면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문제"라며 "미국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과 같이 건설 섹터에 전문가를 두고 심사분석을 철저히 해 자기 스스로 판단해줘야 하는 것이 은행권의 역할"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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