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9일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했던 이날 중국 증시의 롤러코스터 장세는 세계 2위라는 중국의 경제 규모를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이날 중국 증시의 일일 변동폭은 무려 11%. 상하이 증시와 선전 증시가 일제히 급등세로 장을 마치며 일단 이번주 들어 숨 가쁘게 벌어진 폭락장세는 멈췄다. 하지만 당국이 연일 쏟아낸 고강도 부양정책과 상장주식의 대규모 거래중단이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지수가 유지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날 중국 증시에 휘둘려 요동친 아시아 증시도 덩달아 불안한 국면에 놓이게 됐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5.76% 치솟은 3,709.331로 장을 마감, 사흘 만에 급락세에 제동이 걸리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극심한 변동성으로 시장의 불안은 여전했다. 오전9시30분(현지시각) 전날보다 2.0% 떨어진 3,433.55에서 출발한 상하이지수는 16분 후인 9시46분 -3.7%로 낙폭을 확대하며 전날의 폭락장세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지수는 이후 빠르게 낙폭을 줄이더니 오름세로 돌아서 오전10시15분에는 2.5% 오른 3,598.00에 거래됐다. 장 시작 후 불과 45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오후 들어서는 더욱 극적인 상승장이 연출됐다. 오후1시55분 상하이지수는 5.8% 오른 3,711.98을 기록했다. 오후3시5분에는 6.8% 오른 3,738.382로 장중 고점을 찍었다.
폭락하던 증시를 끌어올린 것은 전방위로 쏟아져 나온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었다. 증국증권감독회는 전날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가 6개월 동안 보유지분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주가부양책을 내놓았다. 리커창 총리 주재로 열린 상무회의에서는 각 공공기관의 규정 위반으로 회수한 자금 2,500억위안을 '긴급 영역에 투입'한다는 방침이 나왔다고 관영 차이나데일리가 보도했다. 자금의 구체적 사용처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중국 정부가 더 이상의 증시폭락을 막기 위해 긴급자금을 수혈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어 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증시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신용거래로 주식을 산 개인투자자들이 대출기한을 재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중국 공안부는 증권당국과 공동으로 중국 증시에서의 악의적 공매도 행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의 지수급등이 지속적인 투자심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을 하기는 이르다. 정부의 부양책이 인위적으로 달군 투자심리는 정부의 추가 정책 여부에 따라 금세 식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선인완궈증권의 퀴안퀴민 애널리스트는 "이날의 상승세는 매도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 흐름이 지속될지 여부는 다음에 나올 정부의 정책에 달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