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는 1989년 출범 이후 유독 '성능'을 어필하며 성장한 브랜드다. 같은 일본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오직 '강력함'으로 소비자를 설득해왔고, 독일 BMW를 경쟁상대로 삼겠다고 공개적으로 외쳤다.
그러는 사이 BMW는 방향을 틀었다. 보다 운전하기 쉽고, 타기 편하고, 연비가 좋은 차를 만드는 쪽으로 선회했고 이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인피티니는 여전히 '강력한 성능'을 위주로 차를 만든다. 그러다 보니 기름이 많이 드는 차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됐다.
실제로 인피니티에는 중형인 G와 대형인 M,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FX와 EX를 통틀어 리터당 10㎞ 이상 연비가 나오는 차는 지난해 엔트리급 라인업 보강 차원에서 출시한 G25(11㎞/l)가 유일했다. BMW의 중형 세단 528i의 연비가 13.3㎞/l인 점을 감안하면 인피니티가 뭘 추구하는 브랜드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그런 인피니티가 성능과 경제성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만든 차가 바로 '올 뉴 인피니티 FX30d'다. 일본 브랜드 최초로 국내에 소개하는 디젤차이기도 하다. 3,000cc급 디젤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달고 10.2㎞/l의 연비를 구현했다. 가솔린 3,500cc급의 기존 모델인 'FX35'(7.9㎞/l)에 비하면 25% 이상 연비를 개선했다.
다만 비슷한 차체 크기에 같은 배기량 디젤 엔진을 단 독일 프리미엄급 차와 비교했을 때 BMW 'X5 40d', 아우디 'Q7 3.0 TDI'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핸디캡으로 작용할 것 같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차들 중 달리는 성능과 강력한 느낌만은 인피니티 FX30d가 단연 최고다. 강하게 치고 나가는 순간 가속력, 고속에서 쭉쭉 뻗는 느낌은 독일 경쟁차를 압도한다. BMW X5 40d의 경우 액셀레이터에서 발만 떼면 과도하게 엔진브레이크가 걸려 차가 덜컹거리는데 인피티니 FX30d는 그런 현상이 전혀 없어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시내주행에서도 불편함이 없다.
천천히 가속을 해봤다. 4단까지는 2,500rpm(분당엔진회전수)에서 변속이 되고 그 이상에서는 1,800rpm 정도에서 기어가 바뀐다. 시속 120㎞ 정속주행에서도 분당엔진회전수가 2,000을 넘지 않아 조용하고 안정적인 운전이 가능하다.
이 차의 또 다른 매력은 인테리어의 디테일이다. 버튼 하나하나의 모양과 재질, 터치감까지 만족감을 선사한다. 가죽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도 대단히 뛰어나다. 뒷좌석 가죽 시트도 동급 경쟁차에 비해 가장 안락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감성품질은 독일 프리미엄보다 낫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가격은 7,970만원으로 독일 경쟁차들에 비해 저렴하다.
독일의 3대 프리미엄 브랜드는 인피니티를 같은 급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곤 한다. 그러나 적어도 SUV에서라면, 앞으로는 자신들의 차부터 잘 만들고 나서 그런 말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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