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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방송사만 늘려서 뭐하나
입력2011-01-05 18:20:07
수정
2011.01.05 18:20:07
"오늘 완전 길라임인데요." 캐주얼한 출근 옷차림을 보더니 후배가 웃으며 건네는 말이다. 길라임은 스턴트우먼과 젊은 백화점 사장의 상큼한 러브스토리를 다룬 인기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여주인공 이름이다. 길라임으로 시작된 우리의 수다는 지난해 말 각종 연예 시상식에 대한 평가와 아이돌 그룹의 댄스와 수려한 외모로 옮겨갔다.
지인들과의 대화 중 절반 이상이 드라마 주인공 혹은 퍼포먼스에 가까운 아이돌 그룹의 공연이 화젯거리로 등장한지 오래다.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돼 백신투여라는 극약처방이 내려져 우리의 자랑거리인 '한우'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하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엄습해 축산 농가는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근래에 자주 발생하는 가축 전염병이지만 이번만큼 심각했던 적이 또 있었을까. 지방에는 지난 한해를 착실히 준비했던 각종 축제가 이로 인해 대부분 취소돼 지역민의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고 한다.
지역 민심이 이렇게 흉흉한데도 대도시에서는 심각성을 절감하기가 쉽지 않다. 방송 보도가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광고주협회의 '2010미디어리서치'분석결과에 따르면 개인 시청률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매체 10위권에 KBSㆍMBCㆍSBSㆍYTNㆍOCN 등 방송채널이 휩쓸었다. 공들여 봐야 하는 신문보다 리모컨만 누르면 나오는 전파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방송뉴스의 보도순서, 분석 정도에 따라 시청자들이 사건의 심각성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살처분 가축이 50만 마리를 훌쩍 넘고 썩은 사체가 2차 오염을 일으키고 있어 지역 민심은 울분을 넘어 공포에 가까울 지경인데 방송 뉴스는 이를 제대로 보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는 일례에 불과하다.
이제 조선ㆍ중앙ㆍ동아 등 신문사들도 방송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매년 수천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생존을 위해 정부에 더 많은 지원책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지면과 전파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며 시청률 확보를 위해 선정성 수위를 넘나드는 곡예도 불사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연예오락에 눈을 돌린다는 말은 우리사회의 미래에 무관심해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방송과 언론의 본분을 잊고'정부의 나팔수'를 자처한다면 사회의 위기 관리 시스템을 무디게 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하는 사태를 빈발케 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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