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 감사할 뿐이죠.” 얼마 전 만난 한 수입차업체의 마케팅 담당자는 불쑥 이런 말을 던졌다. 올 들어 수입차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것에 현대차가 ‘기여한’ 바가 컸다는 것. 그는 “현대차가 꾸준히 신차 가격을 올리면서 수입차와의 가격 격차를 줄었던 게 주효했다”며 즐거워했다. 지난달 현대차는 국내 승용차시장에서 점유율 33.1%라는 기록을 남겼다. 줄곧 40%를 웃돌았음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수치다. 신차가 인기몰이하고 있는 기아차에 밀린 탓도 있지만 이는 특별히 걱정할 까닭이 없는 집안싸움일 뿐이다. 정작 우려되는 것은 어느덧 승용차시장 점유율 8%를 넘어선 수입차업계의 상승세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같은 값비싼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들이 한달에 1,000대 넘게 팔려나가는 최근의 분위기가 계속되면 점유율 10% 달성, 즉 국내에서 운행하는 승용차 10대 중 1대가 수입차가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해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가격을 크게 올렸다.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당시 GM대우와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는 유동성 문제로 경쟁할 기력이 없었고 수입차업계 역시 경기침체와 환율 상승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자신감이 더해진 현대차가 가격을 올렸지만 그래도 차는 잘 팔렸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현대차가 최근 다시 차 값을 내리고 있다. 아직 신차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을 조금이라도 지켜내기 위해서는 일단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일단 올려놓고 보자’는 식의 현대차 가격 전략이 확실히 달라진 것인지는 조금 더 지나봐야 알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오는 8월 출시될 아반떼 후속과 올해 말쯤 나오는 그랜저 후속 등 현대차가 ‘반격’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신차들의 가격이 확정돼야 전략 변화의 유무가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새로 나올 현대차의 성능과 편의사양보다 가격이 더욱 궁금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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